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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고백
  • 박정우 기자
  • 승인 2015.11.23 12:11
  • 호수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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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란 하루하루의 일상을 나름의 사관으로 평가하고, 이를 기술하는 역사가라고 생각합니다”. 부대신문사 입사 면접에서 받은 지원 동기에 대한 질문에 내가 한 말이다. 나는 언뜻 뚜렷한 연관이 없어 보이는 기자와 역사가가 결국은 동의어라고 생각한다. 역사가는 자신만의 사관을 가지고 시대를 재구성한다. 기자 역시 본인만의 관점으로 사실을 취사선택해 기사를 쓴다. 이러한 생각 때문에 나는 부대신문사에 들어와 기자가 됐다. 역사교육과에 진학한 나는 역사가를 꿈꾼다면 기자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인생에서 시련이 찾아오는 원인을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찾는다. 이상이 현실과 합치되는 듯하면 이를 행복으로 여긴다. 반대로 이상과 현실이 대응하지 않을 경우 이를 시련이나 불행이라고 말한다. 나의 이상은 새로운 시선을 가지고 엄정한 가치판단을 하는 역사가이자 기자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에게도 시련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역사는 좋아했지만, 대학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 사람에 대한 애정은 있지만, 나보다 취재원의 목소리를 우선시할 여유는 없었다. 타인과 스스럼없이 대화해야 했지만, 요청하는 것을 꺼려했다. 이런 모습은 ‘대학부 기자로서의 나’의 존립을 어렵게 했다.
기획 과정부터 일은 간단치 않았다. 맡은 임무를 효율적으로 마치기 위해 흥미를 만들어내야 했다. ‘과연 이 일로 즐거움을 느끼고 있나’라는 질문에 명확히 답을 못할 정도였다. 결국 맡은 일을 근근이하는 상황에 처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취재 역시 간단치는 않았다. 타인에게 끝없이 묻고 부탁해야 했다.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나로서는 전화로 질문을 하는 내내 긴장을 감춰야 했다. 혹시나 말실수가 발생하면 어쩌나 취재원을 끊임없이 의식해야 했다.
이것이 한 치의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나의 첫 번째 고백이다. 이상으로만 생각했던 기자 생활은 전혀 다른 모습의 현실 속에 무참히 패배했다. 현실에 지친 아이는 길 위에서 방황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 같이 입사했던 동기들도 하나둘씩 편집국을 떠나갔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라든가 기자가 적성이 맞지 않아서 등 나름대로 공감할 수 있는 이유에서였다. 이를 보며 나는 점점 외로워졌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여기서 무언가 기막힌 반전이 일어난 끝에 아름다운 결말이 나타나기를 독자들이 기대할 것 같다. 하지만, 두 번째로 고백하건데, 발행주 내내 휘몰아치는 기획·취재·기사 작성의 순간들을 나는 여전히 힘든 짐이라 생각한다. 힘든 것은 힘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나일지라도 선뜻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진 않는다. 이유가 무엇이냐고? 세 번째 고백이다. 바로 이상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구가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진 이상과 기계적으로 취재에 임하게 되는 타성의 현실 사이의 간극이 크기만 하다.
정기자가 된다고 이 괴리가 당장 해소될 거라 생각지는 않는다. 하지만 괴리 속에 배움은 더 깊어갈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도 진흙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처럼 좌절을 딛고 일어나 다시 한 번 이상을 그려나갈 것이다. 그리고 하루하루 내가 설정한 좌표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타성을 이겨내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다. 하루의 노력이 하루의 성장으로 이어지길 간절히 바래본다 

   
박정우 <역사교육 15>

 

박정우 기자  wjddn132@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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