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편의시설 현황 분석

부산광역시 내 교통약자의 이동 환경이 전국과 비교해 낙제 점수를 받았다. 교통약자들은 특히 보행로와 버스, 도시철도 내 시설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는 타 도시에 비해 교통약자들의 비율이 높은 편이지만, 교통복지 수준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06년부터 시행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르면 교통약자는 △장애인 △영유아 동반자 △고령자 등 일상생활에서 이동하는 데 불편을 느끼는 사람이다. 현재 부산시 내 교통약자는 총 85만 9,785명으로 전국 7대 대도시 중 두 번째로 많다. 그러나 그 중 교통복지 수준은 가장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2014년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이하 국토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교통복지 행정 점수의 평균은 8.5점이었지만 부산시는 4.9점으로 가장 낮았다.
이동편의시설 중 개선 필요성이 높은 것은 보행시설과 교통수단이었다. 국토부 실태조사에서 부산시 내 교통약자들은 보행시설(41.6%)과 교통수단(32.2%)의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고 답했다. 교통수단 중에서는 버스(53.4%)와 지하철(19.0%)의 개선 필요성이 가장 높았다. 부산장애인인권포럼 김호상 대표는 “교통약자들은 일반인들에 비해 이동 능력이 절반 가까이 밖에 되지 않는다”며 “교통약자들도 원활하게 보행할 수 있도록 제반 환경이 시급히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통약자 이동편의시설 현황>

 

보행환경은 기준미달,부산시는 엇나간 대책
부산발전연구원의 조사에서도 국토부 실태조사와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부산발전연구원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부산시 내 교통약자 200명 중 140명(70.0%)이 보행도로를 이용하면서 불편을 느꼈다. 교통약자들이 보행에 불편을 느낀 가장 큰 이유는 ‘노면의 경사가 높아서’(42.9%)였고 그 다음으로는 ‘보도블록 노면이 고르지 않아서’(17.1%)였다. 이 같은 도로 환경은 휠체어나 유모차를 이용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교통약자의 이동에 불편을 초래한다.
부산시는 교통약자의 보행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오히려 교통약자에게 피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차량 진입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한 말뚝인 ‘볼라드’때문이었다. 부산시의회 김남희(새누리당) 시의원은 “당초 차량 진입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했지만 어린이 보행자들이 부딪히거나 휠체어 이용자들의 이동에 방해가 된다”며 “행정 편의주의적 정책이다”고 비판했다.

저조한 저상버스 보급률에 노후 문제까지 겹쳐
부산시 내 버스정류장의 이동편의시설 역시 설치돼 있지 않거나 설치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라 버스정류장을 포함한 이동편의시설에는 각각의 설치 기준이 마련돼 있다. 이에 따라 버스정류장에는 점자블록과 안내시설 등을 설치하고 보도의 높이를 낮춰야 한다. 하지만 국토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부산시 전체 버스정류장 17,605곳 중 이동편의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곳은 6,725곳(38.2%)이며, 설치됐지만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곳은 2,834곳(16.1%)이었다. 사상구장애인자립센터 노경수 소장은 “교통약자들의 이동량은 일반인들의 절반도 못 미치는 상황”이라며 “그중에서도 버스는 편의 시설이 미비해 이용하기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2004년부터 부산시는 교통약자들의 버스 이용률을 늘리기 위해 저상버스를 도입했지만 타 도시보다 보급률이 낮은 실정이다. 저상버스는 교통약자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버스로, 차체의 바닥이 낮고 출입구에 리프트가 설치돼 있다. 현재 부산시가 내 운행 중인 저상버스는 총 399대다. 2012년 국토부(당시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제2차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계획>에 따르면 2016년까지 전체 버스 대비 저상버스의 비율을 41.5%까지 늘려야 한다. 하지만 부산시 저상버스 보급률은 15.9%(2014년 기준)다. 전국 평균인 18.7%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이에 김호상 대표는 “일부 노선만 저상버스로 운영돼 목적지까지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저상버스 노선의 확대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부산시가 65대의 저상버스 추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미 도입된 저상버스의 노후화 문제에 대한 부산시의 해결책은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저상버스는 일반버스와 비교해 연료 소모량이 많고 주요 부품이 비싸 수리비용이 많이 든다. 부산시청 대중교통과 김상효 직원은 “아직 기존 도입한 버스의 노후화 대책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끼이고 부딪히고… 약자 배려 없는 도시철도
도시철도를 이용하는 교통약자들이 느끼는 불편함은 시설과 관련된 것들이 많았다. 도시철도 역사 내 이동편의시설은 △경사로 △점자블록 △시각장애인 유도로 등이 있다. 국토부 실태조사에 의하면 부산도시철도 역사 내 이동편의시설의 기준 적합률은 81.5%로, 7대 대도시 중 4위다.
특히 승강장과 열차 사이 간격이 넓은 것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지적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0년부터 5년간 부산도시철도에서 발생한 승강장 발 빠짐 사고는 총 53건으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실제로 2013년에는 두실역에서 하차하던 한 휠체어 이용자가 승강장 틈에 끼인 채로 열차가 출발해 선로로 떨어지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도시철도 내에서 역무 활동을 하는 배득연(서구, 79) 씨는 “역무 활동을 하며 휠체어가 틈에 끼이는 경우를 자주 봤다”며 “전동 휠체어의 경우 무거워서 틈에 끼이면 빼기 힘들다”고 말했다.
도시철도 내 협소한 엘리베이터 공간도 문제다. 현재 부산도시철도 내 설치된 엘리베이터는 공간이 좁아 한 대 이상의 유모차 또는 휠체어가 탑승하기 어렵다. 유모차를 끌고 도시철도를 이용하던 김혜수(서구, 62) 씨는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지하철 이용은 불가능하다”며 “그마저도 공간이 좁고 이용객들이 많아 이용하기가 불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도시철도에는 교통약자를 위한 이동편의시설을 담당하는 책임 부서가 없어 체계적인 시설 확충이 어려운 상황이다. 부산도시철도 건설계획처 관계자는 “교통약자 이동편의시설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부서는 따로 편성돼 있지 않고 시설별로 흩어져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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