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 환경 현장 점검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수많은 교통약자들과 마주친다. 휠체어를 탄 사람이나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 과연 이들은 목적지까지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을까? <부대신문>이 그들의 이동 환경을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다. 지난 19일, 직접 유모차를 끌고 휠체어를 타며 부산시내버스와 부산도시철도를 이용해 봤다. 

유모차를 위한 저상버스는 없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부산광역시 중구 자갈치 시장 앞 버스 정류장. 유모차를 끌고 버스 타기란 쉽지 않았다. 차도로 내려가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15cm 정도 되는 인도와 차도의 단차 때문이었다. 최대한 유모차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유모차를 들어 조심스럽게 차도로 내려야만 했다.
10여분이 지나, 저상버스 노선인 30번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했다. 버스 차체가 기울어지며 리프트가 내려오는 광경을 상상하며 버스 기사에게 물었다. “유모차가 올라가야 하는데, 뒷문의 리프트를 내려주실 수 있나요?”. 그러나 냉담한 표정과 함께 돌아온 답변은 “그냥 유모차 들고 뒷문으로 타세요”였다. 할 수 없이 그 버스는 보내야만 했다.
그 뒤로도 똑같은 이유로 버스를 두 대나 놓쳤다. 세 번째로 탑승을 시도했던 버스의 기사는 “유모차는 버스 타는 거 아닌데요”라고 퉁명스레 말하기도 했다. 기사에게 세 차례 연속 승차를 거부당하자, 무안함과 좌절감에 앞이 캄캄해졌다.
버스를 기다린 지 20여 분 째. 네 번째 시도 만에 친절한 기사를 만나 버스 탑승에 성공했다. 하지만 리프트가 작동된 것은 아니었다. 기사는 리프트를 사용 방법을 모르는 듯, 무거운 유모차를 손수 버스 위로 들어 올렸다.
버스 기사의 살가운 표정과 상반되게 버스 승객들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좁은 공간 사이에서 간신히 유모차를 붙잡고 서있었더니 한 승객의 푸념이 들려왔다. “그냥 걸어가면 되겠구만. 굳이 유모차를…”. 버스 안에서의 1분은 1년처럼 느껴졌다.
버스에서 하차할 때는 기사의 도움 없이 내려야 했다. 내리는 데는 시간이 한참 걸렸다. 결국 유모차는 부서질 듯 ‘쿵’하고 땅에 부딪히며 하차할 수밖에 없었다.

“휠체어는 아직 지하철 이용하기에 무리”

 

퇴근시간 도시철도 남포역. 지하철 역사 밑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는 문이 열릴 때마다 초만원이다. 휠체어가 겨우 비집고 들어가니 겨우 일반인 3명이 탈 수 있는 공간 밖에 남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는 내리는 것마저 쉽지 않았다. 바깥의 인파에 휠체어가 이리저리 부딪혀 연신 “죄송합니다”를 반복했다.
퇴근 인파를 헤집고 겨우 도착한 승강장. 열차 도착 안내가 들리자 승객들이 줄을 섰다. 줄의 맨 끝에 휠체어도 합류했다. 줄이 하나둘씩 줄어들고 드디어 휠체어가 열차로 진입하는 순간, 무언가 ‘턱’하고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휠체어의 보조바퀴가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틈에 빠진 것이다. 순간 당황해서 뒤로 물러난 사이 지하철 문은 닫혀 버렸다.
다시 지하철 차량이 도착했다. 이번엔 맨 앞줄에 선 휠체어. 다시 탑승을 시도했지만 이번에도 역시 보조바퀴가 승강장 틈에 빠졌다. 다행히 이번에는 열차 안의 승객들이 휠체어를 들어 올려줘서 올라탈 수 있었다. 휠체어 전용 칸에는 미처 좌석에 앉지 못한 승객들이 손잡이 부근에 기대어 서 있었다. 그 사이로 간신히 자리를 잡았다.
내려야 할 정거장이 가까워지자 초조해 졌다. 또 다시 승강장 아래 틈새와의 사투가 시작된 것이다. 문이 열리고 휠체어를 힘껏 밀어냈다. 순간적으로 몸이 앞으로 기울어졌다. 그곳의 틈이 이전 역보다 더 멀었던 탓이다. 중심을 잃고 앞으로 쏠려 무릎 위에 두었던 가방과 그 안의 내용물이 쏟아졌다. 이를 본 역무원이 다가와 도와주며 말했다. “휠체어는 아직 지하철 이용하기에 무리가 있으니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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