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 쇼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오디션, 게임 등의 장르로 거듭나면서 많은 사람들은 카메라 렌즈 앞에 자신의 삶을 노출시켰다. 지금은 카메라 렌즈를 통해 타인의 삶을 바라보는 것은 특별한 사건이나 독특한 경험이 아닌, 일상적 시청행위 중 하나로 인식되기에 이른다. 영화 <트루먼쇼>(1999)는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변화가 한 개인의 삶을 어디까지 철저하게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이것이 바로 즐거움을 시청자에게 전달해주는 요소로 전락할 수 있는가를 이야기했지만, 지금은 이것이 일상화되었다. 따라서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로서의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언제든지 감시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이중적 역할과 모습을 갖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리얼리티 형식의 프로그램의 매력을 외면할 수 없다. 유명 연예인들의 일상생활을 쉽고 편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마치 나의 가족이나 친구처럼 텔레비전 화면 속에서 재현된다. <나 혼자 산다>에서는 혼자 사는 1인 가족의 어려움이나 외로움을 보고 함께 공감하게 된다. 대부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혼자 고군분투한다. 시청자들에게 주인공들의 감동적 삶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집안의 구석구석 카메라가 자리를 차지한다. <삼시세끼>도 마찬가지다. 쉽게 볼 수 없었던 유명 연예인들이 소탈하게 자신을 이야기하고 생활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카메라를 보고 이야기하는 ‘자기고백’의 장면은 시청자와 친밀감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겟잇뷰티>에서는 유명 여자연예인들이 자신의 파우치를 공개하고 피부관리 비법을 이야기한다. 민낯을 공개하는 것은 이제 특별한 결심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장면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더욱 더 일상적 모습을 노출해야 시청률은 올라간다. 이러한 리얼리티가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이동하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세상은 또 다르다. 특히 수많은 지원자들 간의 ‘경쟁’을 다루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일반인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구성되기 때문에, 드라마틱한 구성, 지원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많으면 많을수록 시청률은 올라간다. 따라서 매년 오디션 프로그램은 방송과정에서 잡음을 일으키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즌은 끝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수많은 지원자 중의 한 명이었던 주인공이 1등을 거머쥐게 되면서 얻게 되는 엄청난 성공, 그리고 그 드라마틱한 과정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감동에 휩싸인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매년 <슈퍼스타K>는 ‘악마의 편집’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지원자들은 방송 제작사가 쓴 대본을 그대로 따라가는 등장인물이 된다. 명확한 선/악의 캐릭터를 구축시키는데, 시청자들은 편집 이전의 장면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방송된 장면을 통해 지원자들을 평가한다. 이러한 평가는 곧 우승과 직결되기 때문에, 편집논란은 해마다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도 어김없이 이러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여성 지원자가 <슈퍼스타K> 측이 자신의 섭외, 오디션 과정의 개입, 계약할 것을 종용했다는 것이다. 계약 체결의 여부가 우승으로 가는 중요한 열쇠라는 점을 여성 지원자가 폭로한 것이다. 현재 이 여성과 <슈퍼스타K> 제작사 간의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올해로 일곱 번째 시즌을 맞는 이 프로그램의 논란에 시청자들은 익숙해진 것 같다. 반복되는 편집의 문제, 프로그램 제작과정에서의 논란 등이 계속적으로 이어졌고, 신화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임을 우리 모두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중의 관심이 예전보다 식었다는 것은 시청률을 통해서 짐작할 수 있다. 

  결국 미디어가 구축하는 현실은 만들어진 현실임을 주목해야 한다. 미디어는 동시대에 존재하는 다양한 가치와 주장에 다른 태도를 보이며, 이에 따라 현실의 특정한 측면을 선택적으로 강조하거나 축소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사회 공동체의 지배적이고 선호하는 가치를 재생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노골적인 전략을 드러내는 이러한 방식의 프로그램은 더 이상 대중의 관심을 받기 어렵다. 한 명의 우승자를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점차 인기가 사그라지는 이유 역시도 이와 함께 논의해볼 수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 끝나지 않는 경쟁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드라마틱한 경쟁 프로그램은 이제 큰 관심을 받지 못한다. 오히려 복잡한 세상으로부터 떨어진 다른 공간에서 평화로운 일상생활을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이 더 큰 관심을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종임
고려대 미디어학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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