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부터 매주 목요일 밤, 관객이 주인공인 ‘모퉁이관객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겨울이 성큼 다가온 만큼 해는 일찍이 물러난 지난 19일 저녁, 중앙동 40계단이 있는 곳으로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40계단 근처에 자리한 ‘제1회 모퉁이관객영화제’ 입간판이 마치 관객을 마중 나온 것처럼 모퉁이극장의 입구를 알리고 있었다.

 지난 19일, 늦은 7시 모퉁이극장에서 ‘제1회 모퉁이관객영화제’가 열렸다 (사진=취재원 제공)

모퉁이극장은 영화의 제작자뿐만 아니라 관객의 힘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모여 탄생했다. 관객이 프로그래머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모퉁이관객영화제는 모퉁이극장 활동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관객이 영화제의 프로그래머가 되어 영화를 직접 선정하며, 기획·실무 등의 과정까지 모두 관객의 손을 거쳐 이뤄진다. 관객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사람들이 수평적인 영화 문화를 만들고자 한 것이다. 모퉁이극장 성송이 피디는 “관객 또한 영화를 보고 나름대로 해석함으로써 영화의 완성에 일조하는 구성원인데, 현재의 관객들은 영화를 한 번 보고 마는 소비자로 전락했다”며 “관객 또한 영화의 일부라는 문화를 알리기 위해 영화제를 기획했다”고 전했다.
영화제는 관객들의 소개로 시작됐다. 한 관객은 “모퉁이극장 암모나이트 관객입니다”라고 스스로를 소개해 큰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영화제를 진행한 관객프로그래머는 자칭 ‘독서광’ 직장인 김영환 씨. 그가 선정한 영화는 <슈퍼에이트>로 어린 아이들이 8mm 카메라를 통해 겪는 사건들을 담은 영화이다.
2시간가량의 영화 관람이 끝나고, 관객 토크가 진행됐다. 먼저 관람객들이 영화 소감을 차례로 발표했다. 김민정(부산진구, 20) 씨는 “영화 속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영화였다”고 전했다. 이어 영화제의 주인공인 관객프로그래머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원래 프로그래머가 상영할 영화는 <E.T.>였지만, 배급에 문제가 생겨 2순위인 <슈퍼에이트>가 상영됐다. 그가 두 작품을 선정한 배경엔 모퉁이극장이 있었다. 김영환 씨는 “모퉁이극장 초기에 구성원들과 이 두 작품을 보며 감명을 받았었다”며 “이 느낌을 다른 관객들과도 공유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김영환 씨의 일상과 삶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한 참가자가 ‘독서광’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질문하자, 김영환 씨는 “사실 독서광보다는 멜로드라마광이다”라고 말해 유쾌한 분위기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이어 김영환 씨는 이번 프로그래머 활동을 통해 “관객들을 통해 내가 더 감동을 받았다”며 “관객들의 활발한 참여에서 모퉁이극장의 희망적인 미래를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영화 관람 후, 관객들이 모여 토크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관객토크프로그램을 마지막으로 당일의 영화제는 막을 내렸다. 성송이 피디는 “영화제의 5번째 주인공까지 맞이하면서 많은 관객들의 도움을 받았다”며 “다시금 관객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고 전했다. 관객영화제를 관람한 또 다른 관객들도 만족스럽다는 반응이었다. 영화제에 참여한 임희수(수영구, 21) 씨는 “다른 관객들과 소감을 나누면서 영화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다혜(동래구, 23) 씨는 “나만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감정들을 관객과의 소통을 통해 다른 사람들도 느낀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