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까지 총장후보자들이 입후보를 마치고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그리고 14일, 우리는 총장을 뽑는다. 우리는 자신감으로 충만하고 사명감에 불타는 사도(司徒)는 싫다. 교육을 비즈니스로 여기고 돈으로 해결하려는 장사치(商人)도 싫다. 권력자에 빌붙고 굴종하며 총장직을 기업의 상무로 여기는 아전(衙前)은 더욱 싫다. 무엇보다 이들은 늙었다.
세간에 떠도는 늙은이의 지표는 이렇다. 첫째,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 둘째, 했던 말을 계속 반복한다. 셋째, 지난날을 입에 달고 산다. 넷째, 자기 뜻과 다르면 싫어한다. 다섯째, 내가 아니면 안 돼! 라고 생각한다.(여기서 ‘늙은이’는 나이 드신 분들을 낮추어 부르는 말이 아니라는 것쯤은 다들 아시리라 생각한다.) 이건 총장후보자이건 투표하는 사람이건 마찬가지다. 권력을 맡기는 사람이든 권력을 지니게 된 사람이든, 그들이 늙은이라면 지옥-PNU를 만드는 일이다. 우리는 그냥 건강하게 살고 싶다. 몸도 마음도 아프지 않은 채 행복한 마음으로 가르치고 배우고 싶다. 지옥이 아니라 파라다이스-PNU에서 살고 싶다. 이런 바람을 이뤄줄 젊은이, 길을 헤매지 않는 불혹(不惑)의 젊은 총장이 필요하다.
그간의 구곡 같은 곡절은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마는 여하튼 수많은 상처를 딛고 총장이 된 그는 참으로 행운아다. 그리고 그에게 우리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자신을 부산대학교의 총장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요구를 해도 지나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자, ‘우리의’ 총장은 취임사에서 진지하게 열 가지 약속을 하도록 하자. 그리고 이 약속을 만천하에 공개하도록 하자. 모든 항목의 주어는 ‘나는’이다.
“첫째, 출근할 때 대중교통을 이용합니다. 둘째, 교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합니다. 셋째, 학문별, 젠더별, 직급별, 지역별, 종교별 편견을 버립니다. 넷째, 교내외 사회적 약자를 보호합니다. 다섯째, 일 년에 한번은 학술발표를 하고 강의합니다. 여섯째, 학생들에게 돌아가며 밥을 삽니다. 일곱째, 내 가족을 부산대학교에 입학시킵니다. 여덟째, 민주주의를 위하여 판공비를 내놓습니다. 아홉째, 자기가 한 일을 자랑하지 않습니다. 열째, 앞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그 순간 총장직을 그만둡니다”
이들 외에도 요구하고 싶은 것이 아주 많지만 꾹 참아본다. 우리는 이 소박한 약속과 실천이 하늘에 올라가 있는 ‘총느님’을 땅으로 불러 앉혀 도반(道伴)으로 삼는 길이라고 믿는다. 사실 세상의 사표(師表)가 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찰나적 순간에도 가능하다. 잘하겠다는 마음만 먹으면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남이가’라며 숱하게 건배했지만 끝내 ‘남’이었던 적이 많았다. 우리의 총장이 남의 총장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 좋은 대학은 사람이 아름다울 때 가능하다. 우리는 젊은 총장을 바란다. 그와 같이 아름다운 PNU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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