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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천만 시대, 나는 여성 비정규직이다!”
  • 신지인 기자
  • 승인 2015.11.08 05:08
  • 호수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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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여성단체연합은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해 총 10회에 걸쳐 여성인권대학 ‘나는 당사자다’를 진행하고 있다. 9월부터 시작된 강연은 지난 6일 여덟 번째 강의에 접어들었다. 이날은 대표적인 여성 노동운동가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네트워크’ 김소연 집행위원이 ‘장그래와 나’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부산시민센터에서 열린 여성인권대학 강연을 듣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
기륭전자 투쟁으로 널리 알려진 김소연 집행위원. 그는 기륭전자에 입사하기 전부터 갑을전자에서 노동조합(이하 노조) 위원장을 맡아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그는 2012년 노동계를 대표해 18대 대통령 선거 최연소 후보로 나서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노동자들과 함께 비정규직·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김소연 집행위원. 그는 자신의 노동운동 이야기를 들려주며 강연을 시작했다.
 
‘비정규직 여성’으로서의 삶
 
   
지난 6일,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네트워크’ 김소연 집행위원이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로서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1997년,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IMF 경제위기로 대량의 비정규직이 생산됐다. 그중에서도 식당 노동자와 은행창구 노동자 등 대부분의 여성 노동자들이 해고되거나 비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김소연 집행위원은 ‘노동자가 왜 경제위기의 고통을 분담해야 하느냐’며 의문을 던졌다. 그는 “IMF를 초래한 것은 노동자들이 아닌 정부와 기업”이라며 “고통 분담을 강요했던 전체주의 이데올로기에 노동자들이 희생됐다”고 전했다. 
그는 2002년 기륭전자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했다. 그러나 그는 사람들의 ‘어느 회사에서 일하냐’는 물음에 쉽게 답할 수 없었다. 그가 취업하고자 했던 곳은 휴먼닷컴이라는 회사였지만, 그곳에서는 김소연 집행위원을 기륭전자에 파견직으로 배치했다. 그는 “기륭전자에 입사한 것인지, 휴먼닷컴에 입사한 것인지 애매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김소연 집행위원은 비정규직으로서의 비참한 현실이 담긴 영상을 보여줬다. 기륭전자 파업 당시가 담긴 그 동영상에서는 문자 메시지로 해고를 통보받은 직원,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고 그 자리에서 해고된 직원 등 부당 대우를 받는 노동자들이 있었다. 사측이 노동자들을 대하는 천태만상에 눈물을 닦아내는 청중도 있었다.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비정규직으로 차별받는 동시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있던 것이다. 이 같은 차별은 특히 임금에서 드러났다. 그는 “여성이 많은 작업장이었지만 여성 노동자들은 남성보다 적은 임금을 받았다”고 말했다.
 
불합리에 맞서 싸웠던 1,895일, 기륭전자의 기억
기륭전자의 횡포가 극에 달하자, 2005년 7월 김소연 집행위원은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노조를 결성했다. 그는 “노동자가 제대로 대우받고, 해고당하지 않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10명 남짓으로 출발했지만, 점차 규모가 커져 조합원 수는 200명에 이르렀다. 노조 결성 이후 사측은 노조와 교섭을 통해 노동자에게 복지 혜택을 주는 듯했지만, 불법 파견과 정리해고 문제는 여전했다.
파업을 시도했으나 파업 절차를 지키기 전에 모든 노동자가 해고될 지경이었다. 이에 김소연 집행위원장은 기습 점거농성을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농성은 1,895일 동안 이어졌다. 그는 “고공농성과 삭발, 94일간의 단식농성 등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해봤다”며 당시의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사측은 2010년 노조와의 합의를 통해 노조원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하지만 이후 복귀한 노조원들의 임금은 지불되지 않았고 기륭전자의 사장은 야반도주를 감행했다. 조합원들은 도주한 사장을 찾아 나섰지만 그를 처벌할 순 없었다.
강연이 끝날 무렵, 참가자들은 여성 비정규직으로서 당했던 불합리한 경험을 토로하며 김소연 집행위원에게 질문들을 쏟아 냈다. 한 참가자는 ‘남성 중심의 노동운동이 만연한 상황에서 여성으로서 노동운동을 하기 어렵지 않았냐’고 물었다. 이에 김소연 집행위원은 “여성이 많은 사업장이라도 집행위원을 맡는 것은 남성인 경우가 많지만 ‘여성이라 못 한다’는 생각에 갇히지만 않으면 얼마든지 노동운동가로 활약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신지인 기자  amigo@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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