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은 중국 송나라 시대에 심괄(沈括)이란 사람이 처음으로 체계적인 장치로 만들어 사용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자침을 갈대 같은 것에 끼워서 명주실에 매달거나 물 위에 띄워 방향을 보는데 활용되었다. 여행을 하거나 운항을 할 때 가야 할 방향을 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인데 작은 도구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경이롭다.
나침반이 없는 상황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가? 나에겐 신병 때 수색작전을 나갔다가 방향을 잘못 잡아서 산 속에서 고생한 경험이 있었다. 산 속에 있으면 무조건 아래로 내려가면 마을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잘 못하면 더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대형 항공기나 여객선은 항상 이러한 방향을 자동으로 체크하는 장치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많은 인명이 하늘에서 또는 망망대해에서 큰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중한 장치가 조그만 자석 하나로 해결된다고 하니 신기하지 않는가?
그런데, 인생에도 나침반이 필요하다. 특히 배움의 길에 있는 학생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대학을 다니는 동안 어떤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이렇게 가게 되면 최종 목적지는 어디인지, 한번쯤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가? 막연하게 살아가는 것만큼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없다. 시간은 인생 그 자체이다. 누구에게나 무슨 일을 하던, 살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줄 마음속에 나침반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큰 방황 없이 자신이 원하는 목적지에 잘 도달할 수 있다.
아프리카에 무리지어 사는 어느 작은 곤충 이야길 해 보자.
이 곤충은 자신보다 앞서 있는 곤충을 무작정 따라 다니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맨 앞의 곤충이 나뭇가지로 올라가면 나머지 곤충무리도 무심코 그 뒤를 따라 올라간다. 그러다 선두의 곤충이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아래로 떨어지게 되면 나머지들도 줄줄이 떨어진다. 바로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현재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야 할 지, 나만의 목적지가 없다는 것이다. 막연히 타인의 길을 따라가는 것은 무의미한 삶이다. 혹시 우리도 이런 아프리카 곤충과 같은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끔씩 학생들에게 왜 대학에 다니는가? 하고 질문을 던져보면 그 대답은 대개 몇 가지로 분류된다. ‘제대로 된 직장을 잡기 위해서, 행복한 삶을 위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길 위해서···’ 모두 맞는 대답일 수 있지만 명확한 자기만의 목표나 색깔이 없다. 우리의 인생은 아름다운 색채로 그려야 할 대작의 그림이기도 하고, 한편의 감동적인 영화이기도 하다. 이런 훌륭한 그림과 영화를 만들 때 밑그림이나 시나리오 없이 시작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그래서 자기 삶에 대한 가치를 이해하고 앞으로 가야 할 일을 명확하게 하는 것은 바로 ‘마음 속 나침반’을 가지는 일이다. 먼 미래에 대하여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대로 추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매일 올바른 방향 따라 정진해야 하는 것은 누구나 가야 할 아름다운 삶의 길이 아닐까 싶다.

박상후(기계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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