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장학금 폐지 및 축소 움직임은 일부 대학만을 중심으로 일고 있지만, 성적 장학금 제도를 둘러싼 논쟁이 촉발됐다. 장학금이 필요한 학생에게 지원이 돌아가야 한다는 의견이 조금씩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성적 장학금의 존재 의의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장학금은 ‘보상’이 아닌 ‘지원’

성적 장학금의 축소·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장학금이 성과에 대한 보상보다는 필요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지원이 되어야 한다 주장한다. 고려대 염재호 총장은 지난달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장학금이 성적을 잘 받기 위한 수단이 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미국 아이비리그를 비롯한 해외 명문대들은 금전적 이유로 공부하는 학생이 없어야 한다는 이유로 성적 장학금을 주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대학교육연구소 임희성 연구원 역시 “성과를 내면 장학금을 주겠다는 성적 장학금은 학업지원이라는 장학금의 기본적인 취지에 적합하지 않다”며 “성과를 내든 못 내든 학업을 지속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학교에서도 필요 중심 장학금의 중요성을 말하는 구성원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김정섭(교육학) 교수는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 자녀의 성적에도 영향을 준다”며 “기회균등의 측면에서 장학금을 성과중심으로만 편성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신지은(사회학) 교수 역시 “성적이 높은 학생이 장학금을 받는다는 상식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며 “우승열패를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기회의 균등이라는 측면에서 장학금을 주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학업 성취 장려의 위축 우려도

하지만 성적 장학금의 장점인 ‘학업 성취 장려’의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최재형(윤리교육 14) 씨는 “성적 장학금을 바라보고 공부하는 학생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근재(경제학) 교수 역시 “성적 장학금이 아예 없어지는 것도 문제”라며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도록 유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미 국가장학금이 있는 상황에서 대학에서까지 저소득층 학생들만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서영(경영학 11) 씨는 “저소득층은 이미 국가장학금 지원이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박종훈(경영학 11) 씨 역시 “저소득층 학생들은 국가장학금 제도를 정비해 지원하는 게 맞다”며 “대학은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균형과 합의

때문에 성적 장학금과 저소득층 장학금 예산을 균형 있게 책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의견은 성적 장학금의 완전 폐지보다는 축소를 주장했던 사람들에게서도 동의를 얻고 있다. 서강대 학생지원팀 관계자는 “가계가 곤란한 학생들에게 지원의 초점을 두었다”면서도 “그렇다고 성적 장학금을 아예 주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창수(국어교육) 교수는 “각기 장단점이 있는 만큼 어느 하나로 몰아가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어떠한 형태로 장학금이 개편되든 구성원들의 동의를 구해야 하며, 성적 장학금 축소가 전체 장학금 축소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고려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총학생회는 ‘학교 측의 일방적인 장학금 개편 통보에 반대한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형우(정치외교학 13) 씨는 “저소득층 장학금을 확대하기 위해 성적 장학금을 줄이는 것은 꼼수 같다”며 “한쪽이 줄어든 만큼 다른 쪽이 늘어날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신지은 교수 역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변경임에도 정작 학생들의 의견은 빠져있다”며 “의견을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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