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화 된 쇼핑몰과 달리 저마다의 개성 뚜렷

  지하철역 3번 출구에서 학교로 올라가는 ‘만남길’은 꼬불꼬불한 골목길로 연결된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옷가게는 저마다 개성을 담아 하나의 골목을 이루고 있다. 소위 ‘옷골목’으로 불리는 이곳은 사람들의 ‘발때’가 묻어 자연스레 상권이 형성됐다. 지하철과 부산대를 오가는 유동인구가 많아지자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주민들은 담을 허물고 집을 개조해 그 자리에 소규모 옷가게가 들어섰다. 
 

  정부나 기업에서 인위적으로 거대 자본을 투입해 단기간에 만들어낸 쇼핑몰과는 달리 옷골목은 긴 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의 손길로 서서히 뿌리 내렸다. 그런 탓인지 옷골목 가게들은 공간의 크기와 구조가 다르다. 이곳 상인들은 획일화된 모습인 쇼핑몰과는 달리 가게마다 각각의 개성을 담아낸다. 옷가게 ‘Again’을 운영하고 있는 최혜영 씨는 “특이한 간판이나 소품을 이용해 다른 가게와 차별화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한 번 들어가면 여기저기 찾아 들어가는 재미에 나올 수 없는 이곳은 서로 다른 7개의 출구로 이어져 미로 같은 골목을 만들어 낸다. 옷골목을 처음 찾은 김예진(부전동, 21) 씨는 “서면 지하상가는 일렬로 나열돼 몇 번 다니면 따분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곳은 모퉁이를 돌 때 마다 새로운 곳이 나와 신선하다”고 말했다.
 

  또한 옷골목은 소비자의 동선까지 계획해 설계하는 쇼핑몰·백화점과는 달리 자유롭게 거닐며 구경하는 것을 가능케한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누군가에 의해 ‘짜여진 소비’가 아닌 자신의 취향에 맞게 소비 할 수 있다. 옷골목을 자주 찾는다는 이아름(회계 2) 씨는 “고유한 분위기를 가진 가게를 비교하며 자신의 입맛에 맞는 상품을 찾는 것이 묘미다”고 이야기했다.
 

  몇 년 사이에 학교 앞에는 ‘라퓨타 아일랜드’와 ‘효원 문화회관’ 등 거대 쇼핑몰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거대 쇼핑몰의 정확하게 분활된 인위적인 공간은 삭막함을 자아내 대학생들과 부산대 앞을 찾는 쇼핑객의 눈길을 끌지 못하고있다. 김미옥(부곡동, 34) 씨는 “쇼핑몰의 크고 차가운 겉모습 때문에 선뜻 들어가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새시대 예술연합의 김태일 씨는 “옷골목은 찾아다니면서 직접 자신의 취향을 개발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누군가가 짜놓은 판에 맞추어서 살아가는 것에서 탈피해 ‘주체적인 소비를 할 수 있다’는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우신구(건축) 교수는 “옷골목은 주택을 파괴하지 않고 활용해 만든 점에서 건축학적 의미가 있다”며 “과거의 모습을 간직한 채 새로운 요구를 수용한 지속가능한 개발의 사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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