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나는 태국으로 휴양여행을 떠났다. 중간 경유지인 카오산 로드에는 이른 시간임에도 저마다의 언어를 쓰며 지나가는 많은 관광객이 있었고, 그들에게 끊임없이 호객행위를 하며 말을 거는 태국사람들이 있었다. 그중 관광객의 이름을 직접 수놓아 팔찌를 만들어주는 노점상이 있었는데, 의미 있는 기념품이 될 것 같아서 나는 지갑을 열었다. 하지만 바가지가 심하니 꼭 흥정해야 한다기에 나는 값을 깎고 또 깎았다. 주인이 난색을 보이며 안 된다고 할 땐 가는 척하면 그만이었다. 이후에도 여러 번 상인들과의 밀고 당기기에서 성공한 나는 싸게 잘 샀다며 즐거워했다. 
다음날 투명한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기대하며 푸껫의 카이섬으로 떠났다. 경기장만한 작은 규모의 무인도였지만 그곳엔 관광객과 그들을 위한 파라솔이 넘쳐났다. 관광객들이 빵조각을 던져주면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이 떼로 몰려들어 장관을 이루었다. 그리고 마지막 날 밤, 나는 푸껫의 유흥지 ‘빠통’으로 향했다. 화려한 장난감에서부터 지네 구이까지 다양한 물건을 내놓은 상인들이 가득했고 헐벗은 여자 사진이 있는 피켓을 들고 ‘sexy shop’을 외치는 태국인들도 심심찮게 보였다. 걷다 보니 화려하게 꾸민 트랜스젠더들이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는데, 돈을 내면 그들의 가슴을 만지며 함께 사진을 찍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여행을 마치고 사진을 정리하며 여행을 곱씹어보니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푸껫은 관광객인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고 편한 여행지였다. 그리고 그곳은 마치 관광객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 같았다. 그곳의 주민들은 관광객에게 마사지를 제공하고, 쇼를 펼치며, 일꾼이 되어 주었고 우리는 그들의 웃음과 친절을 받으며 그들이 사는 곳을 누빈다. 우리는 관광‘객’이었지만, 너무도 당연하게 그들 앞에서 ‘갑’이었다. 
아름다운 무인도 카이섬은 하루에도 수백 명의 관광객이 몰려 조용할 날이 없다. 그곳의 물고기들은 자연의 습성을 버리고 관광객이 주는 빵을 먹으며 살고, 드넓은 바다는 모터보트들로 가득 차있다. 관광산업은 평화로운 무인도 카이섬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태국은 휴양지와 마사지, 화려한 왕궁을 내세우며 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성매매’를 위해 찾는 곳이기도 하다. 가난한 태국의 여자들은 빠통 거리에서 관광객에게 몸을 판다. 굳이 그러한 목적을 가진 관광객이 아니라 할지라도 누구든지 그곳에서 ‘OK’를 외치면 그들과 잠자리를 할 수 있다. 너무도 쉽게, 상인들이 좌판에 내놓은 물건들처럼 태국의 여자들은 관광객에게 팔리고 있었다. 
문득 내 손목에 걸린 팔찌가 보였다. 1,000원도 안 되는 돈을 깎기 위해 아주머니와 입씨름을 하던 내가 떠올랐다. 그들에게는 그토록 인색했으면서 고급스러운 호텔의 숙박비로 나는 얼마를 썼던가. 행복했던 나의 관광이 그들에게는 조금의 이익이라도 가져다줄 수 있었을까. 다시 내 손을 바라봤다. 내 이름이 새겨진 팔찌가 갑자기 너무도 무겁게 느껴졌다. 
 
양정윤(관광컨벤션학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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