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에서 곧 시행될 교수들의 교육과 학생상담에 관한 평가지침을 보면 ‘대학 교육은 상품’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교수의 교육과 학생상담을 상품의 품질관리 차원에서,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의 만족도 차원에서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수의 강의에 대해 학생이 평가한 점수를 잣대로 교수들의 교육 성과급을 지급하고, 학생상담의 양적 결과를 잣대로 학생지도와 관련된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교육을 상품이라 여기지 않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지표들이다. 그런데 과연 교육은 상품인가?
상품은 노동의 결과로 생산된다. 교육이 상품이라면, 교수는 노동자가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교수는 연구·교육과 분리된 삶을 사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보통의 노동자들처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정해진 시간에, 예를 들어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지 않는다. 그래서 교수의 연구실은 늦은 밤에도 새벽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경우도, 주말 내내 환하게 불이 켜져 있는 경우도 많다.
교수에게 연구·교육은 그의 삶과 분리될 수 없는 삶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연구하고 강의를 준비하며, 언제든지 학생이 찾아오면 피하지 않는다. 교수의 교육과 학생지도를 노동으로 간주하고 이런 활동과 그의 삶 사이에 모든 가치를 획일화 시켜버리는 돈을 개입시키면 어떻게 될까? 연구자로서의 교수는 교육 생산자로, 교육자로서의 교수는 교육 판매자가 될 것이다. 그러면 교수는 자신의 연구와 교육 행위에 개입된 돈의 값어치만큼만 연구하고 교육하려 할 것이다. 진정한 마음으로 학생에게 조언하고 꾸짖는 선생이 아니라 받는 돈만큼만 학생을 ‘적당히’ 상대하는 소위 ‘접장’ 혹은 ‘꼰대’가 될 것이다.
연구와 교육에 무관심한 교수도 있고 문제가 된다고 혹자는 말한다.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극히 소수이며, 일종의 사고일 때가 많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모든 법이란 극소수 범법자를 처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다수 선량한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던가? 연구와 교육, 학생지도에 충실한 대부분 교수들의 긍지와 자존심을 지켜주는 것이 훨씬 더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최근 미국의 세계적 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의 경영에서도 이런 움직임을 볼 수 있다. 상대평가 중심의 경영 방식을 구성원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인간 경영’으로 바꾼 것이다. 제프리 페퍼 스탠퍼드 대학 경영대학원 석좌교수가 사우스웨스트항공, 구글 등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기업의 비밀을 ‘인간중심전략’이라고 본 일련의 연구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교육은 상품’이라는 인식, 교수의 연구와 교육에 대한 상대평가는 교육을 망가뜨릴 것이다. 평가를 위한 평가로 강제하기 보다는, 교수를 신뢰하고 자발성을 존중하는 것이 진정한 교육을 위한 올바른 방안이 될 것이다. 교육은 상품처럼 생산하고 판매하는 대상이 아니며, 학생이 취업과 교환하기 위해서만 필요로 하는 소비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학의 교육은 인격과 인격의 만남이며, 한 인간의 내면에서 평생 동안 키워가야 할 인간적 가치에 관한 숭고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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