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지하철역에서 시청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부산시는 기업을 사랑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 문구에서 부산시는 정말 ‘기업만’을 사랑하는 것 같다. 근로환경 개선, 노동인권 보장 등을 외치는 노동자들을 시청 앞에서 끌어내려고만 하기 때문이다.
시청 근처에 거주하는 필자는 매일 등·하굣길에 인근에서 일어나는 일을 지켜봤다. 집회·시위를 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부산시의 태도를 보면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의지가 없는 것 같다. 지난 1월부터 부산노동청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던 생탁노동자들의 농성장이 지난 7월 28일 강제 철거됐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노동자들이 노숙농성을 하던 자리에는 커다란 화분이 들어서 있었다. 농성장 대신 놓인 화분은 강제로 철거하던 경찰들만큼이나 위압적으로 느껴졌다. 실제로 화단이 설치된 이후 노동자들은 더 이상 부산노동청 앞에서 시위를 하지 못했다.
집회 차단 효과가 좋았는지, 부산시는 부산노동청 앞뿐만 아니라 시청 곳곳에 대형 화분을 설치했다. 지난 12년 동안 설치되지 않았던 화단이 올해에만 수십 개가 조성됐다. 사람들이 많이 다녀 번잡한 길에 초가집 등 조형물도 설치됐다. 부산시청 후문에서는 근로환경 개선, 노동인권 보장, 정리해고 반대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는 노동자까지 모두 쫓겨났다.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통로가 사라진 것이다.
최근에는 화분, 조형물 설치뿐만 아니라 시위 현장 강제 해산도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심지어 지난달 23일에는 전광판 위에서 5개월 째 시위를 하는 생탁·택시노조에게 전기 공급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는 생계를 위해서 목소리를 내는 노동자들에게는 너무 가혹한 처사다. 하지만 시 측은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에 묵묵부답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표현의 자유에 포함되는 집회·결사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전체국민이 정치적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 이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이며, 다른 기본권보다도 우월한 지위를 갖는다. 하지만 부산시는 이런 기본권조차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청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건지 의문스럽다. 과연 시민은 누구에게 목소리를 내야 할까.
서병수 시장은 취임 초기부터 “시민중심, 현장중심을 우선으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직·간접적으로 집회를 차단하는 행태는 시민중심도, 현장중심도 아니다. 시민과 현장을 중심으로 끌어오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야 한다. 시민들이 시청 앞에서 소란을 피우는 게 아니라 자신의 권리를 요구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부산시청은 노조, 시민단체들과 면담을 통해 문제를 조율해 나가야 할 것이다. 부산시가 화단을 철거해 불통의 행정을 멈추고, 소통의 길목을 열길 바란다.

   
 김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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