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부터 도시철도 서면역과 부산대역에 빨간 조끼를 입은 남자들이 나타났다. 빨간 가방까지 멘 그들은 지하철역을 드나드는 사람들에게 잡지를 흔들어 보였다. 홈리스들을 위한 희망의 잡지, <빅이슈>를 판매하는 ‘빅판(빅이슈 판매원)’이었다.

   
부산대역 3번 출구에서 <빅이슈>를 판매하는 민성욱 빅판이 잡지를 들고 미소를 짓고 있다

<빅이슈>는 1991년 영국에서 노숙인 등 주거 취약계층을 뜻하는 ‘홈리스(homeless)’를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한국에서는 2010년 서울에서 처음 시작됐는데, 지난달 23일부터 부산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됐다. 빅이슈코리아 부산네트워크(이하 부산 빅이슈)가 출범했기 때문이다.
<빅이슈>는 홈리스의 자활을 가능하게 한다. 노숙인 재활 쉼터 등에 소속된 홈리스들이 빨간 조끼를 입고, 빨간 가방을 가지고 다니며 <빅이슈>를 판매하는 것이다. 그들은 한 부당 2,500원에 구매한 잡지를 5,000원의 가격으로 사람들에게 제공한다. 한 부당 2,500원의 수익을 모아 경제적 자립을 준비하는 것이다.
홈리스들의 자활을 돕는 프로그램은 잡지 판매가 끝이 아니다. ‘빅이슈코리아’는 홈리스에 대한 인식개선 사업을 진행하며 홈리스들의 사회적 자립도 돕고 있다. 빅이슈코리아는 ‘희망사진관’ 프로그램을 통해 홈리스를 직업 사진사로 양성한다. 또한 창작과정을 통해 자존감 회복을 할 수 있도록 ‘민들레예술문학상’을 열기도 한다. 부산 빅이슈 김성훈 코디네이터는 “사회에서 오랫동안 벗어나 있던 홈리스들이 사회생활을 배우며 적응해 나가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5년만에 싹튼 부산 <빅이슈>

한국에 처음 등장한 지 5년, 드디어 부산에도 <빅이슈>가 상륙했다. 하지만 부산에 <빅이슈>를 도입하려는 노력은 2년 전부터 지속됐다. 2013년, 부산 빅이슈 정웅기 공동대표는 지역 내 홈리스들을 돕기 위해 <빅이슈>의 판매를 계획했다. 그는 서울에서 빅이슈 판매도우미 ‘빅돔’활동을 하며 빅이슈 판매원(이하 빅판)과 유대관계를 맺었다. 현재 실무를 맡고 있는 김성훈 코디네이터 역시 서울에서 업무 연수를 하며 네트워크 출범을 준비했다.
<빅이슈> 정착을 위해 지난달 서울에서 일하고 있는 빅판 2명이 부산에 방문하기도 했다. 그들은 부산에서 활동하게 될 빅판들과 함께 잡지를 판매해보며 도움을 주었다. 김성훈 코디네이터는 “빅이슈의 정착이 실패한 경우도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며 “이를 대비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고 전했다.

부산의 빅판,세상을 향해 첫 발을 내딛다

현재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빅판은 총 두 명. 평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도시철도 서면역 2번 출구와 부산대역 3번 출구에서 이들을 만나볼 수 있다. 빅판들은 부산 노숙인 자활시설인 ‘금정 희망의 집’과 ‘동구 쪽방 상담소’의 소개로 빅판 활동을 시작했다. 민성욱 빅판은 “내가 먹을 밥 한 끼 값을 직접 벌고 싶어서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임시 빅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오는 7일부터 정식 빅판이 돼 활동할 예정이다.
그들은 <빅이슈> 판매를 통해 새로운 삶을 꿈꾸고 있다. 민성욱 빅판은 “임대주택을 얻고 저축을 하며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시민들은 빅판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김희진(금정구, 26) 씨는 “빅이슈의 판매가 좋은 의도로 시작된 만큼 부산에 잘 정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진욱(동래구, 30) 씨 역시 “자립을 하고자 노력하는 빅판들이 용기 있어 보여 좋다”며 “빅이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더 모였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부산 빅이슈 관계자들은 빅이슈가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아 더 많은 홈리스들이 자활의 기회를 갖기를 바라고 있다. 김성훈 코디네이터는 “부산에서도 많은 홈리스들이 활동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며 “이들이 빅이슈를 통해 자립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