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을 치고 싶었던 대학생 A 씨는 학교 주변에 드럼학원에 등록했다. 주변에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밴드도 만들었다. 평소 꽃을 좋아하던 주부 B 씨는 꽃꽂이 모임을 결성해 구성원들과 꽃꽂이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일상생활 속에서 문화예술 콘텐츠를 접하고 스스로 활동하는 ‘생활문화예술’을 실천하고 있다.

일상에 내려앉은 생활문화예술

   
지난 2일 부산시민공원에서 열린 ‘2015 생활문화예술축제’
에서 참가동아리 ‘한빛무용단’이 연화무를 추고 있다

최근 생활문화예술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생활문화예술이란 일반 시민이 스스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일상에서 행하는 예술적 활동을 뜻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박두현 문화나눔본부장은 “전문예술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창작 활동하는 모습이 일상 또는 매체를 통해 많이 보인다”고 전했다.
예술에 대한 인식 변화가 생활문화예술의 확산을 가능하게 했다. 전문가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예술’이 일반인도 일상 속에서 행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경기문화재단 생활문화팀 이은솔 직원은 “근대에는 예술이 고귀하고 숭배되는 대상으로 여겨졌으나, 현대에는 일상 속에서 평범한 것들도 예술로 여겨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4년 제정된 <지역문화진흥법>도 생활문화예술 확산에 힘을 실었다. 해당 법률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생활문화를 활성하기 위하여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생활문화예술을 지원하고 있다.
부산광역시 또한 부산문화재단을 통해 생활문화예술을 독려하고 있다. 부산문화재단은 지난 2일부터 3일간 ‘2015 생활문화예술축제’를 개최하기도 했다. 축제는 부산의 생활문화예술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모여 공연 또는 전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열린 것이다.

생활문화예술동아리,
시민문화를 빛내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시민들이 모여 함께 예술활동을 하기도 한다. 자발적으로 생활문화예술동아리를 결성하는 것이다. 같이 모여 문학에 대해 연구하고 낭송하거나 문화원에 찾아가 춤이나 악기 등을 배워 공연하기도 한다. 기타 동아리 ‘하모닉스’ 이봉호(동래구, 64) 회장은 “공연을 할 때 관객과 소통하면서 호응이나 칭찬을 들으면 뿌듯해진다”며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생활문화예술동아리 경험이 문화예술에 대한 시민들의 시야를 넓히는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부천문화재단 안태호 생활문화사업팀장은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개인은 문화예술 공급자가 될 수 있다”며 “공급자로서의 경험은 문화예술에 대한 더 넓은 시야를 가지게 해 다른 문화 향유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동아리의 형성은 우리 사회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생활문화예술동아리가 사회의 공동체성을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부천문화재단 안태호 생활문화사업팀장은 “사람들이 모이면서 논의 과정을 거치고 지도자를 뽑는 등 민주주의적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의 공동체성을 익힐 수 있다”고 전했다. 창조적인 시민문화도 형성할 수 있다. 성남문화재단 김보성 문화진흥국장은 “시민들은 생활문화예술동아리 활동을 통해 예술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며 “이를 통해 창조적인 시민문화의 에너지가 생성될 수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생활문화예술의 발전에는 생활문화예술동아리의 활성화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경기문화재단 생활문화팀 김수미 직원은 “혼자의 문화가 확산하기는 어렵지만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문화에 색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서로 협력하여 자생하는 공동체로

개인을 넘어서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생활문화예술동아리, 이 동아리가 활성화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활문화예술동아리들은 지자체의 지원을 요구했다.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지원해주고 전문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 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통기타 동아리 ‘통키사랑’ 이상균(수영구, 65) 씨는 “연습공간과 공연할 기회를 가지기가 어렵다”며 “동아리가 준비하기 어려운 것들을 지자체가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자체의 직접적 지원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생활문화예술동아리들이 지원을 받기 위해 지자체의 기준에 맞는 활동을 하게 되면, 동아리가 자율성과 다양성을 잃고 획일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온새미학교 류기정 대표는 “정책적인 지원사업은 자칫 생활문화예술동아리의 속성을 변질시켜 생활문화예술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생활예술문화동아리의 자립이다. 전문가들은 문화네트워크를 형성을 발전 방안으로 제시했다. 문화재단이 지역에서 문화예술을 즐기는 시민들을 만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시민과 동아리, 문화재단 전체가 서로 협력하며 문화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성남문화재단이 문화네트워크 ‘사랑방문화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사랑방문화클럽에서는 특별한 지역문화화폐인 ‘넘실’을 사용한다. 시민들은 넘실을 이용해 듣고 싶은 문화예술강좌를 수강하고, 익힌 문화예술을 재능기부하여 다시 넘실을 얻는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문화예술활동을 펼치는 사람들 사이에 교류가 일어나고 문화예술활동이 활발해지는 것이다. 권영훈 직원은 “문화네트워크가 형성되면 생활문화예술동아리가 직접적인 지원을 받지 않고 자립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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