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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만덕 사람들] 만덕5지구, 삽 들이 대는 곳마다 의혹투성이
  • 신지인 기자
  • 승인 2015.10.04 08:13
  • 호수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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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부터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만덕, 주민들은 해당 사업의 취소를 주장하며 소송을 벌였지만 패소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주택불량률 조사 △주민 동의서 △보상액 등과 관련해 의혹이 불거지면서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부산울산지역본부(이하 LH)는 만덕동 일부를 주거환경개선사업 ‘만덕5지구’로 지정했다. 불량 주택 개선을 통해 주거 환경을 안정시키기 위함이었다. 총 공사 면적은 182,189㎡(55,112평)이며, 철거가 진행됨에 따라 총 1,942세대가 이주해야 한다.
만덕5지구 주민들은 사업이 부당하다며 2012년 8월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를 상대로 ‘주거환경개선사업 인가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만덕동이 △저소득층 밀집지역으로 보이는 점 △거주자 3분의 2 이상이 사업에 동의한 점을 근거로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추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재판 과정에서 석연찮은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주민들의 반발은 더욱 커지고 있다. 

LH의 사업 진행, 부실한 그 근거들 

재판부는 만덕동을 노후불량주택이 밀집된 지역이라고 평가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부산지방법원은 1심 판결문에서 과도하게 밀집된 주거 지역의 기준을 1,000㎡당 333명 이상 거주하는 곳, 즉 1인당 거주 면적이 0.9평 이하인 곳으로 정의했다. 그러나 LH의 <만덕5지구 사업현황>에 따르면 국공유지를 제외한 사유지 127.508㎡에 1,948세대가 거주하고 있었다. 한 세대가 4명이라고 가정하더라도 1인당 4.84평 가까이 거주하고 있는 셈이다. 마을 주민 김미경(북구, 38) 씨는 “철거가 되기 전만 해도 집 앞에는 널찍한 마당이 있었다”며 “LH 측의 말대로 주택이 밀집해 있다면 상상도 못 할 일”이라고 말했다.
사업 추진의 근거가 됐던 ‘노후불량건축물 조사’의 신뢰성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2000년 만덕동이 사업지구로 지정될 당시, 사업 구역의 불량 건축물 비율은 281동 중 85.4%(240동)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 조사는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감정인이나 건축사가 아니라 마을의 반장과 통장이 시행한 것이었다. ‘부산 반빈곤센터’ 최고운 사무국장은 “주택 불량 조사는 구조적인 문제나 설비 등 다각적인 시각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전문가가 아닌 일반 주민이 실시한 결과는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업 추진 근거가 됐던 주민 동의서를 둘러싼 의혹도 있었다. 주민 동의서가 주민들의 동의 없이 작성됐다는 것이다. 만덕 주민공동체 최수영 대표는 “동의한 적이 없는데 동의서에 내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고 말했다.

주민도 모르는 ‘주민 동의서’?

주민 동의서의 형식도 문제가 됐다. 연명부 형식으로 작성된 동의서에는 주거환경개선사업에 대한 계획이 적혀있지 않았다. 주민 개개인에게 자세한 안내도 하지 않은 것이다. 주민 동의서에는 인감 증명서도 없었다. 해당 사건의 변호를 맡았던 법무법인 민심 서은경 변호사는 “근거 법안이 변경돼 주민에게 충분한 사업 설명을 하고 인감 증명을 받아야 한다”며 “이러한 절차가 없으면 동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초 주거환경개선사업의 근거법령이었던 <도시저소득 주민의 주거환경개선을 위한 임시조치법>이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으로 변경되면서, 주민의 인감증명이 필수로 첨부돼야 하는 조항이 생겼기 때문이다.

현실감 없는 보상액, 갈 곳 없는 주민들

보상액 지급이 4년이나 지연되면서 보상금 문제도 다시 대두됐다. 주민 보상액은 2007년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산정됐다. 이후 2009년 대한주택공사와 한국주택공사의 합병으로 사업 추진이 일시 중단돼, 주민들은 2011년 8월에야 최종 보상안내문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2011년 재통보된 보상액은 2007년 산정한 것보다 감소했다. 2007년 부산시의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고시>에서는 보상액이 총 1,888억 원으로 산정됐지만, 2011년 <보상계획변경공고>에는 총 229억 원(12%) 감소한 1,659억으로 명시된 것이다. 이에 LH 최정훈 직원은 “전문 토지 감정사가 지가 변동률 등을 고려해 보상액을 산정했다”며 “건물이 오래될수록 가치가 떨어지므로 보상액도 감소한 것”이라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만덕5지구의 지가 하락은 LH의 사업 중단으로 인한 것이었다. 최고운 사무국장은 “재개발 지역으로 선정되면 해당 지역의 매매율이 급격히 떨어져 지가가 하락한다”며 “주민들이 실제로 이주할 수 있는 보상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업을 둘러싼 의혹들이 해결되지 않았지만 공사는 진행 중이다. 내년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만덕5지구의 주택 분양도 시작한다. 최정훈 직원은 “철거 작업을 12월 중으로 마무리하고 내년 3월부터 건축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내년 8월부터 주택 분양 및 공공아파트 임대를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고 밝혔다. 

 

   
 <만덕5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 일지>

 

신지인 기자  amigo@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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