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에 매일 보던 그곳에서 보자”
  이곳은 매일 점심시간이 되면 만남의 광장으로 변모한다. 약속에 늦어 헐레벌떡 뛰어오는 사람도 있고, 멀리서 상대방을 보고 반가운 표정을 지어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2만 명의 학생들이 약속 장소로 선택하는 이곳. 바로 우리 학교의 정문이다.
  작년부터 이러한 정문을 새로 단장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유는 2006년도 ‘효원굿플러스’가 세워지면서 정문이 변형됐고, 이에 건학 이념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당초 공사는 이번 달에 시작하는 것으로 계획됐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정문개선사업을 시행할 재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결국 사업이 추진된 지 1년하고도 4개월이 지난 지금, 완성된 것이라곤 설계도 하나뿐이다. 처음 소식을 듣고는 자연스럽게 한숨이 나왔다. 교수회의 반대나 재원부족으로 연일 잡음을 내더니 결국 파행을 맞은 것이다.
  지난 16일, 중단된 정문개선사업에 대해 취재하고자 캠퍼스재정기획과 직원을 찾아갔다. 대화를 나눌수록 점차 불편한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난 5월, 정문 설계안을 발표하기 위해 개최된 캠퍼스기획위원회 구성에서 학생들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해당 위원회가 교직원들로만 구성된 것이다. 학내구성원들의 의견수렴을 위한 자리였지만 정작 직접적인 학생들의 이야기는 담기지 않았다.
  현재 대학본부 측은 정문개선사업의 현황을 공식적으로 공표하지 않은 상태다. 때문에 학생들은 해당 사업이 중단됐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이대로 공사가 재개되지 않을 경우, 새로운 정문은 학생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질 판국이었다. 일각에서는 학생들에게 ‘정문개선사업 등 학내 사안에 무관심하다’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직접 만나 본 학생들의 반응은 달랐다. 필자가 정문개선사업이 중단됐다는 사실을 알려주니 발끈하는 학생도 꽤 있었다. ‘벌인 사업은 무조건 마무리를 해야 한다’는 의견부터 ‘착공도 못할 공사의 설계도를 만든다고 돈만 낭비했다’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그렇다면 학내 사안에 대해 발언하는 구성원 중 학생들의 목소리가 왜 가장 작을까. 2만 명이나 되는 학생들의 이야기는 왜 직접적으로 반영되지 못하고, 배제당하기만 하는 것일까. 학내 사안을 결정하는 구성원에 학생도 있다는 것이 자꾸만 잊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이제는 학생들도 그저 시키는 대로, 결정되는 대로 받아들이기만 해서는 안 된다. 2만 명의 학생들이 단순히 공사 여부만을 전해 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학생들도 교직원들과 함께 실질적 결정권을 쥔 위원회에 소속돼야 한다. 혹은 자치적으로 위원회를 꾸려서라도 학생들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 교직원뿐 아니라 학생들도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어야 공평한 의견 수렴이 되기 때문이다. 늘 정문 앞에서 점심 약속이나 기다리듯, 학내 사안들이 해결되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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