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대학 대학
거리로 나온 대학구성원들… ‘대학의 자율성’을 외치다
  • 김민관 기자
  • 승인 2015.09.20 04:25
  • 호수 1509
  • 댓글 0
   
 

  지난 18일 오후 1시. 국회의사당이 바라보이는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국회 인근에서 시위가 벌어지는 것이야 그리 낯선 일이 아니지만, 이날의 시위는 조금 달랐다. 참가자의 대부분이 한참 대학의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야 할 교수, 강사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강단이 아닌 길거리에 선 것은 얼마 전 민주주의를 위해 몸을 던졌던 故 고현철 교수를 기리고, ‘대학과 사회의 민주주의 수호’라는 그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서였다.

   
(위) 전국교수대회 공동 주최 단체의 대표들이 ‘대학자치와 민주주의 및 공공성 확보를 위한 918 전국 교수선언’을 낭독하고 있다
(아래) 참가자들이 ‘엉터리 국립대 선진화방안’,’잘못된 대학 구조개혁평가’등이 적힌 천을 함께 찢고 있다. 이는 모두 힘을 모아 천에 적힌 것들을 폐기해 나가자는 뜻을 담은 것이다

오후 1시, 대회의 서막이 오르다

  많은 참가자들이 도착하지 못해 다소 어수선한 상황에서, 사전 결의대회의 사회를 맡은 전국대학노동조합(이하 대학노조) 김병국 정책국장이 단상 위로 올랐다. ‘전국교수대회 사전 결의대회’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뒤이어 대학노조 주영재 위원장이 대회사를 통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행정적으로 돕고 있어야 할 우리가 길거리로 나오게 된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후로 연사들의 발언이 진행되는 동안, 타 지역에서 온 단체들이 속속 합류했다. 산업은행 앞 인도에 자리 잡은 대오는 점점 길어져 갔다. 사전 결의대회 막바지에는 무대에서 대오의 끝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수많은 대학·교육단체들의 깃발이 휘날렸다.
  이윽고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임순광(경북대 사회학) 위원장의 삭발식이 진행됐다. 임순광 위원장이 “각종 교육 악법의 폐기를 촉구한다”며 삭발을 시작하자 기자들이 그를 둘러쌌다. 카메라 플래시가 연속적으로 터지는 와중에 임순광 위원장의 머리카락이 툭툭 떨어져 내렸다. 식이 끝나자 그가 마이크를 잡고 일어섰다. “여러분 시원하게 보셨습니까?”하는 외침에 참가자들은 박수와 환호로 답했다. 뒤이어 ‘대학과 사회의 민주화 투쟁을 선포’하는 내용의 사전 결의대회 결의문을 낭독했다. 참가자들은 결의문 낭독과 함께 “열사의 뜻 이어받아 참민주대학 쟁취하자!” , “총장직선, 대학자치, 대학공공성 쟁취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한 목소리로 외친 ‘민주주의 수호’

  사전 결의대회가 끝나자 오후 2시부터 전국교수대회가 이어졌다. 전국교수대회의 사회는 앞서 삭발은 단행했던 임순광 위원장이 맡았다. 대회는 고인을 기리는 묵념으로 시작됐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묵념의 침묵이 지난 후 참가자들은 서로의 손을 맞잡고 ‘아침이슬’을 불렀다. 합창이 끝나고 우리 학교 교수회 김재호(전자공학) 회장이 추도사를 위해 단상으로 올랐다. “고 교수의 거룩한 희생을 헛되지 하지 않겠다”는 그의 다짐에 대회장은 숙연해졌다. 우리 학교 박은화(무용학) 교수의 진혼무가 이어지는 동안 참가자들은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이날 전국교수대회의 의미를 되새겼다. 경북대 총학생회 박진원(생물교육 10) 부회장은 “교수대회 참여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학 민주주의는 교수와 학생이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무거웠던 분위기는 몸짓패 ‘선언’의 공연을 거치며 진지하지만 조금은 밝은 분위기로 변했다. ‘선언’은 무대 위에서 몸짓 시범을 보이며 참여를 독려했다. “교수님들이라 못할 줄 알았는데 잘하시네요”라는 칭찬에 참가자들은 어설프게나마 몸짓을 따라 했다. 서툴지만 열심히 팔을 뻗어 휘젓고 박수를 치는 사이 그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어느새 전국교수대회는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중반부는 여러 연사들의 규탄사와 연대사로 채워졌다. 참가자들은 이들의 발언을 진지하게 경청했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박순준(동의대 사학) 이사장이 “국립대만이 아니라 사립대도 구성원들이 스스로 총장을 세워야 한다!”고 말하자 곳곳에서 “옳소”라는 말과 함께 박수가 쏟아졌다. 국정감사 와중에 잠시 참석했던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민주주의가 없으면 숨을 쉴 수 없다”며 “다시 민주주의를 외쳐달라”고 연대사를 했다. 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 정대화 공동집행위원장은 “교수 10명이 모이면 법을 바꿀 수 있고, 1,000명이 모이면 나라를 바꿀 수 있다”며 “우린 1,000명이 모였으니 나라를 바꾸면 된다”며 사람들을 독려했다. 연대발언의 마지막은 우리 학교 총학생회 황석제(기계공학 10) 회장이 “우리 학생들도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말로 장식했다.

   
(위) 새정치민주연합 당사에 항의서한을 접수하기 위해 거리행진을 진행했다
(아래) 새누리당 당사 앞, 대표단이 ‘대학자율성회복촉구 항의서한’전달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항의서한을 전달하다

  오후 4시부터 결의문 낭독과 함께 상징 의식이 이어졌다. “대학자치 만세, 대학공공성 만세, 민주주의 만세!”를 외치며 끝난 결의문 낭독에 이어 참가자들의 머리 위로 ‘엉터리 국립대 선진화방안’, ‘잘못된 대학 구조개혁평가’ 등이 적힌 천들이 펼쳐졌다. 이날의 싸움을 통해 폐기해야 할 것들을 상징하는 천이었다. 과거 나치에 저항했던 이탈리아 파르티잔들의 노래 ‘벨라 차오’가 울려 퍼지는 동안 참가자들은 서로 힘을 모아 천을 잡아당기며 갈가리 찢었다. 모두가 힘을 합쳐 천을 찢은 것처럼, 천에 적힌 것들도 함께 폐지해 나가자는 의미를 담은 상징 의식이었다.
  의식이 끝나자 김재호 회장을 포함한 기자회견단은 대기하고 있던 승합차에 올라 청와대로 향했다. 청와대에 민원을 접수하고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을 제외한 참가자들은 ‘대학자율성 회복’, ‘대학공공성 쟁취’, ‘대학자치 실현’이 적힌 3개의 커다란 깃발 뒤로 집결했다. 항의서한을 접수할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연)과 새누리당 당사를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경찰의 교통통제 아래 2개 차로를 차지한 행렬은 그 끝을 가늠하기 힘들었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이들의 행진을 지켜봤다.
  참가자들은 “대학자율성을 회복하자”, “대학공공성을 쟁취하자”는 구호를 외치며 새정연 당사로 향했다. 당사에 도달하자 3명의 대표단이 ‘대학자율성회복촉구 항의서한’을 가지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새정연 민생권익국 이재휘 국장이 복도로 나와 항의서한을 전달받았다. 행렬은 마찬가지로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새누리당 당사로 향했다. 당사 앞에서 임순광 위원장이 “우리가 이곳에 왔음을 보여주자”고 제안하자 참가자들은 새누리당 당사를 향해 큰 목소리로 함성을 질렀다. 4명의 대표단이 항의서한을 전달하러 들어갔다.
  오후 5시경 항의서한 전달을 마친 행렬은 교수대회가 시작됐던 산업은행 앞으로 돌아왔다. 일부 참가자들은 시간문제로 함께하지 못하는 미안함을 안고 자리를 떴다. 연대공연이 끝나고 각 당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던 대표단이 결과를 보고한 데 이어, 청와대로 향했던 기자회견단도 복귀해 보고를 마쳤다. 김재호 회장은 “요구사항을 전달했지만 이것으로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은 모두 함께 손을 잡고 아침이슬을 부르며 교수대회를 마무리 했다. 악수를 하고 얼싸안으며 서로의 수고를 칭찬하는 이들의 머리 위로, 가을 해가 넘어가며 어둠이 깔렸다. 

김민관 기자  left0412@pusan.ac.kr

<저작권자 © 부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민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