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느 조사기관에서 우리나라 세대별 마음 온도가 몇 도인지 조사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국민 전체 평균은 영하 14도이고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그룹은 가장 낮은 영하 17도로 나타났다. 아마도 우리나라 청년들은 취업전쟁과 불확실한 미래로 인하여 마음의 온도를 올릴 수 있는 행복감이 없어서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또 다시 취업시즌이 돌아왔다. 매년 취업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올해 대졸 신입사원 취업 경쟁률이 2013년 대비 12.96% 증가한 32.3:1로 조사되었다. 우리 대학생들의 마음의 온도가 더 내려갈 것 같아 걱정스럽다.
  취업난과 진로의 불확실성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많은 기성세대들이 조언하는 대로 “남들도 마찬가지니 참고 조금만 견디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잔인하기에 절대 그런 조언은 하고 싶지 않다. 과연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어디에 있을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 도저히 즐길 수 없다면?  즐길 수 있는 것을 열심히 끝까지 찾으라고 하고 싶다. 많은 장소에서 많은 일과 사람들을 통해 찾을 수 있지만 우선적으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찾았으면 좋겠다.
  필자는 8년이라는 적지 않은 세월동안 직장생활을 하였다. 필자와 같은 7080 세대에는 적성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다. 요즘도 그런 경향이 있지만 그저 점수에 맞춰 대학과 학과를 결정하고 직업도 성적에 맞추어 결정되었다. 그랬기에 직장생활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소득을 벌어들이는데 집중되었다. 나름대로 의미를 찾으려고 했으나 점점 지쳐만 갔다. 물론 모든 직장인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필자의 경우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조차도 모르고 직장생활을 시작했기에 그 정도가 심했던 모양이다. 그렇지만 넋 놓고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늦었지만 내가 원하는 삶을 살리라고 결심하고 38세의 늦깎이 유학생으로 가족을 모두 데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였다. 유학 중은 물론 지금까지 예전의 직장생활과 비교하면 경제적으로는 어려워 졌지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에 행복하다.
  사랑하는 우리 부산대 학생들과 필자의 삶을 나눈 것은 자랑할 만한 것이 있어서가 아니라 필자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우리는 누구나 잘할 수 있는 것(남과 비교해서가 아니라 자기 기준에서) 또는 좋아하는 것이 있다. 그것을 대학생활 중에 자기 학과에서 찾기를 바란다. 자기 학과가 너무나 적성에 맞지 않다고? 그러한 결론을 내리기 전에 우선 얼마나 수업에 열심히 임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했으면 한다. 단순한 학점 따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후회 없이 전공 공부에 매진했는데 적성에 맞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면 대단한 성공이다. 과감히 그 전공을 떠나기를 권면한다. 
  다시 필자의 이야기로 돌아와 이야기를 마치고 싶다. 필자는 농업경제학과 교수이다. 농촌에 거주하는 학생들조차도 그리 선호하지 않는 전공인데 서울에서만 생활해 온 필자야 오죽하였으랴. 대학생활 동안 아예 그 전공을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는 그 전공을 너무나 사랑하는 교수가 되어 강의와 연구를 즐기고 있다. 비록 농업경제학만 그럴까. 자기 전공에 흠뻑 빠져보자. 새로운 세계가열리고 행복지수가 올라갈 것이다. 모두가 공부를 하여 연구원이나 교수가 되라는 의미가 아니다. 단순히 학점만 따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체 취업전쟁에 내던져져 방황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최근에는 많은 직장들이 단순한 스펙보다는 적성검사에 비중을 두고 있다. 나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을 평생 하고 싶지 않은가? 회사도 진정으로 그런 사람을 원하고 여러분의 행복지수도 급상승할 것이다. 20대는 행복한 진로설계를 하기에 결코 늦지 않은 나이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정원호(농업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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