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늦은 밤, 다음 날 있을 공연을 위해 다섯 예술가가 연습중인 현장을 찾았다. 독백하면서 뜀박질을 하고, 갑자기 주변을 서성이는 등 평소에 볼 수 없던 공연의 리허설이 이어졌다.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는 공연장 내부는 예술가들의 열정으로 가득했다.

  지난 10일과 11일 이틀간에 걸쳐 남산동에 위치한 ‘연극놀이터 쉼’에서 제1회 ‘국제일인극공연예술제(이하 예술제)’가 열렸다. 이곳에서 펼쳐진 일인극은 흔히 접할 수 있는, 이야기 흐름이 있는 극이 아니다. 다섯 명의 예술가들이 각각 약 30분씩 펼친 공연은 행위 예술로서, 신체와 간단한 도구만을 이용하여 진행된다. 무대의 구성요소가 무대, 예술가, 간단한 도구밖에 없는 만큼 예술가의 숨소리나 얼굴 근육, 조명의 위치 등에 집중해서 보아야 한다. 공연에 참가한 배우 홍승이 씨는 “인간이 가진 가장 기초적인 신체의 근육, 신체가 움직이는 모습, 목소리 등을 이용해 공연을 한다”며 “육체가 몸담고 있는 공간인 사회를 개인의 신체를 통해 표현하는 것이 어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다”고 전했다.
  예술가들이 행위 예술을 하는 이유는 자신의 이야기나 생각을 다른 극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접하기 쉬운 연극이나 뮤지컬의 경우, 배우는 작가가 쓴 시나리오에 따라 연기한다. 하지만 일인극은 배우 자체가 시나리오가 된다. 기획부터 공연까지 혼자하기에 예술가의 세계관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예술가 신디 라비 씨는 “타인과 함께 했던 다른 작업에서는 내 정서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일인극은 나를 드러내기 때문에 벌거벗은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10일 열린 예술제는 배우 백대현 씨의 ‘어느 날 문득’으로 시작됐다. 의자에 앉아 몸을 뉘인 채 노래를 부르던 그는 천천히 컵에 물을 담고 종이를 불에 태우며 공연을 이어갔다. 백대현 씨는 “우리는 정지된 시간에 여태 살아온 삶과 어머니와의 관계 등에 생각할 수 있다”며 “관객들과 정지된 시간에 대해 소통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진 신디 라비 씨의 공연 ‘나는 당신에 대한 이 전기를 썼다’는 영상과 함께 이루어졌다. 예술가는 일기를 쓰는 영상 앞에서 춤을 추고, ‘저와 함께 노래 불러요’라고 쓴 후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그녀가 펼친 공연의 주제는 ‘정체성과 기억’.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를 녹음해 배경음악으로 쓰고, 실제 자신의 일기장을 영상으로 비추면서 주제를 표현하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공연한 아키히로 나카지마 씨의 ‘도끼, 도끼, 도끼, 도끼, 도끼’는 쿠바의 한 소설가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에어캡을 밟다가 유선지로 소리를 내거나, 밀짚모자를 쓰고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는 등 많은 소품을 사용하며 공연을 선보였다. 그는 쿠바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레이날도 아레나스의 어린 시절과 그가 받은 억압을 표현하고자 했다. 아키히로 나카지마 씨는 “저항적인 글로 주변의 많은 비판을 받았던 그와 그로 인해 상처받은 어머니의 슬픈 감정에 특히 신경썼다”고 전했다.
  올해 처음 열린 예술제는 접하기 어려운 행위 예술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개최됐다. 홍승이 씨는 “연극이나 영화의 경우 부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스토리가 아닌 자신의 신체를 기반으로 공연을 진행하는 예술은 접하기가 어렵다”며 “일반 시민들과 행위 예술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예술제에서 주목할 점은 예술가들이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 했다는 것이다. 타국에서 온 배우들은 ‘연극놀이터 쉼’의 공연 제안에 흔쾌히 동의하고 참여했다. 정부나 시의 지원금 없이 자비로 공연을 준비한 예술가들은 무대 또한 스스로 만들었다. ‘연극놀이터 쉼’의 연습실 물건들을 치우고 벽을 흰 페인트로 칠해 무대를 꾸민 것이다.
  이들은 내년에도 이와 같은 예술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백대현 씨는 “공연제를 기획할 당시, 함께 하겠다는 뜻을 보인 사람들이 많아 내년에도 지속 가능할 것 같다”며 “시범적으로 열어본 공연이 잘 됐기에 내년에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10일부터 이틀에 걸쳐 남산동에 위치한 ‘연극놀이터 쉼’에서 제1회 ‘국제일인극공연예술제’가 열렸다. 다섯 명의 예술가가 모여 각자의 신체를 통해 행위예술 공연을 선보였다. 맨 위쪽부터 △홍승이 △백대현 △아키히로 나카지마 △신디 라비 △타쿠미 하라다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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