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문창회관이 붐빈다. 오다가다 마주치곤 했던 학내 언론사나 동아리 사람들이 아닌, 정장을 입고 팸플릿을 손에 든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입구에 늘어서있는 각종 기업들의 입간판과 현수막들… 9월, 어김없이 돌아온 공채 시즌이다. 그러고 보니 주위 친구들도 이곳저곳에 서류를 넣느라 바삐 움직이던게 생각난다. 친구가 보여준 다이어리에는 9월 한 달 동안 기업에 제출해야 할 서류마감일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수십, 수백 개의 서류를 쓰고 면접 스터디를 하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 제법 희망을 가질 법도 한데, 친구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이렇게 해도 안 붙겠지”.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청년실업률은 8.0%. 작년 같은 기간보다 0.4% 하락했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며 다른 직장을 구하는 취업준비생 등 사실상의 실업자까지 감안한 청년 체감실업률은 11.5%라고 한다. 최근 5개월 중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증가한 것은 청년실업률만이 아니다. 늘어난 청년실업률만큼 학자금 체납액도 증가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취업 후 대학교 재학 당시 빌린 등록금의 원리금을 갚는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를 이용한 청년들의 체납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학자금 상환제의 누적 체납액은 72억 6300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싼 등록금을 내기 힘들어 취업 후 갚겠다는 생각으로 빌렸지만, 취업이 안 되니 상환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민국의 집권당은 “국내 취업이 안 되면 해외로 나가거나 눈높이를 낮춰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길도 있다”고 응답한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기형적인 등록금과 물가부터 정상화해 청년들이 눈높이를 낮춰도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먼저 아닌가. 그런 일을 하라고 만든 자리에 있는 사람들인데, 그럴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월급 루팡’이 따로 없다.
이렇듯 힘든 상황에서 어려움을 뚫고 간신히 취업에 성공한다 해도 나아지는 것은 별로 없다. 지난해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 월급이 약 264만 원이라는데, 일반 청년들은 그 평균의 반만 받기도 어렵다. 합법적인 노동권을 보장받기 위해 노조에라도 가입하면 조폭 혹은 깡패로 오인받기 십상이다. 우리 사회는 “노조가 파이프를 휘두르지 않았다면 진즉에 3만불 시대에 도달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임금을 못 받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젊어서 몸 건강하고 능력 될 때 고생하는 것을 큰 약으로 생각하고, 악덕 업주를 구분하는 능력도 길러야 한다”. 집권당 대표이자 차기 대통령 선호도 조사 1위에 빛나는 분의 말씀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사람들은 별로 그럴 생각이 없어보인다. 최근 정부가 청년실업의 해법이라며 ‘임금피크제’를 내놓았으나 그 마저도 적절한 대안이 될 것 같지 않다. 노동자의 임금 삭감은 당장 눈앞에 드러나지만 그 뒤 청년 고용은 오로지 기업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취업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한두해 나오는게 아니지만, 이쯤되면 정말 낭떠러지가 코앞에 있는 수준이다. 앞으로 나아갈수도, 뒤로 물러날수도 없는 상황. 문제의 뿌리부터 살펴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과 함께, 지금 당장 절벽 앞에 서 있는 청년들을 위한 대안이 절실하다. 9월 청명한 가을, ‘고용절벽’에 내몰려 벌벌 떠는 청년들이 아프다. 

이예슬 문화부장 yeslowly@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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