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고 싶은 인디게임, 독립을 선언하다

 

 새를 날려보내 돼지를 잡는 ‘앵그리버드’, 블록을 쌓아 집과 성을 짓는 ‘마인크래프트’, 손만 까딱해도 죽어버리는 개복치를 정성껏 키워내는 ‘살아남아라! 개복치’.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이 게임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인디게임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인디영화와 인디음악에서, ‘인디’는 자본이나 배급망 등으로부터의 독립을 뜻한다. 우리가 즐겨하는 게임에도 인디게임이라는 분야가 존재한다. 많은 사람들이 인디게임을 소자본과 소규모의 인원으로 만든 게임이라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인디게임 개발자들은 인디게임의 정의를 소자본, 소규모 등으로 한정지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대형 자본으로 만든 인디게임 역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디게임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쉽게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창작의 자유’를 강조했다. 자본의 간섭을 받지 않아 개발자가 원하는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 개발업체 ‘오드윈 게임즈’ 김영채 대표는 “자본의 독립을 통해 대형 기업의 간섭 없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게임을 만들 수 있다”며 “이러한 자유가 게임의 참신함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날개 단 인디게임,
거침없이 상승 중

 

  인디게임은 이미 우리 주위에 자리 잡고 있다. 외국 인디게임인 ‘마인크래프트’나 ‘앵그리버드’, ‘살아남아라! 개복치’ 등은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국내 인디게임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해외 유명작들에 비해 큰 수익은 아니지만 2014년 출시된 ‘용사는 진행 중’은 인디게임 최초로 매출 1억원을 달성했다. 또한 지난 5월 해외 게임 대행 발매사 ‘스팀’을 통해 공개된 ‘트리 오브 라이프’는 국내 게임으로는 드물게 인기순위 10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10일 부산 문화콘텐츠콤플렉스에서 열린 ‘부산인디커넥트(BIC) 페스티벌’ 역시 인디게임이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 중 하나다. 기존 소규모로만 개최됐던 인디게임 행사가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것이다. 이 페스티벌에서는 해외 업체를 포함한 80여 개 게임 개발업체와 많은 시민들까지 모여 게임을 시연하고 홍보하는 자리를 가졌다. 관계자들은 국내 인디게임의 성장세가 인디게임을 향한 사람들의 인식 개선을 유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게임 개발업체 ‘매직큐브’의 하상석 대표는 “예전에는 인디게임 개발자라는 직업이 무시당하는 느낌이 있었지만, 요즘은 일반 게임보다 더 독창적인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란 느낌을 준다”며 “인디게임 시장의 성장으로 이 같은 인식의 변화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라고 전했다. 
 
사람들을 매혹시킨 
인디게임의 마법
 
  그렇다면 인디게임의 매력은 무엇일까. 개발자들은 인디게임의 독창성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게임 개발업체 ‘버프 스튜디오’의 김도형 대표는 “어떤 틀에 얽매이지 않고 개발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인디게임의 가장 큰 매력”이라며 “이용자들이 일반 게임회사들의 비슷한 게임들에 질려 참신하고 차별화된 게임들을 찾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개발자의 참신한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게임이 사람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인디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도 이러한 의견에 공감했다. 강민수(울산시, 23) 씨는 “인디게임은 최근 나온 게임들보다 신선해 즐겨 한다”고 말했다. 김영준(기계공학 12) 씨 역시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가진 인디게임이 젊고 자유분방하다는 느낌을 줘 좋다”고 전했다.
  다른 게임들에 비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점도 인디게임의 매력 중 하나다. 최용준(동래구, 20) 씨는 “인디게임은 일반 게임보다 간편하고 친숙하다”며 “접근성이 좋아 인디게임을 더 많이 즐기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게임 개발업체 ‘긱스 엔터테인먼트’ 안규민 대표 역시 “규모나 필요한 시간 등을 고려했을 때 인디게임에는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이 많아 부담 없이 다가올 수 있다”고 밝혔다.
 
 
“아직 어린 인디게임 문화에 가능성을 열어주세요”
 
 
  이처럼 국내 인디게임의 인기가 날로 커지고 있지만, 인디게임을 만들어내는 개발자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일반 게임을 만드는 업체들에 비해 여건이 어렵기 때문이다. 개발자들은 먼저 소규모의 인원으로 게임을 만드는 과정이 어렵다고 말했다. 게임 개발업체 ‘마스트게임즈’의 김우성 대표는 “경력자가 부족해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많다”며 “적은 인원으로 일하다 보니 게임을 만드는 일정이 미뤄지는 것도 부담”이라고 전했다. 
  적은 자본으로 게임의 개발부터 홍보 등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점도 개발자들에게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게임 개발업체 ‘오드윈 게임즈’ 김영채 대표는 “처음 대형 업체에 후원을 받기 위해 계획서를 보여준 적 있는데, 게임의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후원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홍보를 하는 것도 쉽지 않다. 대형 게임 업체의 경우 게임의 광고비용으로 수억 원을 사용하지만, 인디게임의 경우 그럴 비용이 없다는 것이다. 인디게임 ‘THUMPER’를 제작 중인 Mark Flurry 씨는 “게임을 만드는 것만큼 홍보 역시 중요한데 인디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들은 자본이 없어 홍보를 하는 것이 힘들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게임 심의제도 역시 개발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영화와 음악 산업의 경우 90년대 사전심의 제도가 사라져 다양한 분야와 시도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PC게임은 여전히 사전심의 제도가 있어 출시를 시도조차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게임 개발업체 ‘디브데버’는 “국내에서 게임을 만들었지만 심의가 까다로워 출시가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국내 출시를 포기하고 해외에만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성장통 앓고 있는 인디게임,
관심이 특효약
 
  관계자들은 이 같은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국내 인디게임 시장이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자본의 부족을 겪고 있는 개발 업체를 위해 크라우드 펀딩 등 대책들이 마련되고 있다. 또한 개발자들을 위한 창업이나 공간지원도 점차 늘어가고 있다. 반면 심의 문제가 해결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부산게임아카데미 김성완 교수는 “현재 심의제도는 인디게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인디게임 제작자들에게는 당연히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인디게임이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디게임을 위한 온라인 공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인디 게임 축제 ‘인디펜던트 게임 페스티벌’ Kelly Walick 의장은 “해외에서는 인디게임을 위한 포럼이나 커뮤니티가 잘 형성돼 개발자들끼리 많은 도움을 주고 받는다”며 “이러한 공간들이 많아야 이용자들도 인디게임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자 뿐 아니라 이용자를 위한 공간도 필요하다. 한국게임학회 이홍주 운영위원은 “많은 이용자들이 게임을 경험해보고 취향에 맞는 게임을 골라 즐길 수 있는 서비스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인디게임 시장 성장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들의 관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게임을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 개발업체 ‘파이프 파이퍼즈’ 임현호 개발자는 “이용자들이 폭넓게 게임을 즐기고, 우리가 만든 게임 속 세상에 대해 많은 공감을 해 주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전했다. 
지난 10일 개최된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에서 게임 개발자와 일반 참가자들이 함께 게임을 시연하고 있다
 
 
함께해요, 인디게임!
 
< 중년기사 김봉식 >
 
 
  여기 취업난에 허덕이다 장난삼아 써본 투구를 벗지 못해 용사로 취업한 중년이 있다. 국내 게임사 ‘마프게임즈’가 개발한 ‘중년기사 김봉식’은 정말 간단한 게임이다. 던전을 헤쳐 나가며 번 돈으로 무기를 업그레이드하면 된다. 현실의 취업난에 대한 풍자까지 담아낸 게임 ‘중년기사 김봉식’은 간편한 조작으로 누구나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 네코아츠메 >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여러 이유로 키우지 못하는 사람들은 집중하길 바란다. 일본 ‘Hit-Point’에서 출시한 ‘네코아츠메’에서 고양이를 볼 수 있다. 일반 육성 게임처럼 고양이를 키우는 것은 아니지만 마당 이곳 저곳에 먹이를 두고, 모여드는 고양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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