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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인 요구와 비자발적인 포기
  • 이종임(고려대 미디어학부) 강사
  • 승인 2015.09.13 05:07
  • 호수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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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사회에서 청년세대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청년세대를 일컬어 삼포 세대, 오포 세대를 넘어 이제는 칠포 세대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이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없는 세대들은 이제 목표를 정하고 꿈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빨리, 쉽게, 포기를 선언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더 기운 빠지는 사실은 이 ‘포기’가 자발적 포기라기보다 사회 구조적 원인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수행해야 하는 비자발적인 포기라는 점이다. 청년세대의 실업문제와 비정규직 문제를 조금 일찍 겪고 있는 일본에서는 이러한 청년세대를 ‘사토리 세대(さとり世代)’라 칭한다. 사토리 세대는 자동차, 사치품, 해외여행에 관심이 없고 돈과 출세에도 욕심이 없는 일본 청년들을 뜻하는 신조어다. 최소한의 소비로 삶을 살아가는 사토리 세대는 일본 내수시장의 침체와 일본의 우울한 미래를 가져올 주체로 논의되기도 한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한창 무르익은 시기에 있는 사람을 일컫는 ‘청년(靑年)’은 지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미디어 속 청년세대는 어떻게 재현되고 있는가? <진짜 사나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어떤 고난도, 신체적 한계도 이겨낼 수 있는 청년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 ‘극복’이 청년세대가 고민하고 있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군복무는 한국 남성이라면 수행해야 하는 ‘역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마녀사냥>에서는 연애문제를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겟잇뷰티>에서는 나의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노하우를 얻어가는 즐거움을 전해주지만, 그 역시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연애문제에서조차 실패를 맛보지 않기 위해서는 많은 정보를 수집해야 하며, 그 대표적 예능이 <마녀사냥>이 아닌가 싶다. <언프리티랩스타>를 통해 스타가 된 래퍼 ‘치타’는 <겟잇뷰티>에 출연해 클렌징 화장품이 그녀에게 얼마나 효율적인지를 증명해내는 출연자일 뿐이다. 이 과정에서 ‘치타’가 왜 그렇게 화장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녀의 과거 히스토리는 사라진다. 이렇게 대부분의 미디어에서 청년세대는 즐겁게 소비하고 신체의 한계를 극복하는 ‘푸르른, 능동적인’ 세대로 묘사된다. 어쩌면 이러한 모습은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신기루’이자 지금의 소비시장이 청년세대에게 소비를 권하는 계기로써만 작용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지금 청년세대에게 자발적 저항과 자신의 욕망을 주장할 수 있는 분야는 점점 작고 주변화되고 있다. 그들에게는 사회적 의제에 참여하고 개입할 만한 경제적 여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인 ‘횃불투게더’가 대표적이다. 이 코너의 개그맨들은 매번 식당에 앉아있다. 자신들이 주문한 메뉴에 대해 불만을 가게 주인에게 얘기하지만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럴 때면 그들은 식탁을 치고 일어나며, 메뉴의 세부사항에 대해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줄 것을 요구한다. 가게 주인은 처음엔 그들의 요구사항을 거부하지만, 함께 연대한 여러 명의 손님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 이윽고, 사장이 그들의 요구를 수락하면, 그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바로 자신의 일상으로, 즉, 음식을 먹는 행위에 집중한다. 이러한 과정은 지금의 청년세대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내가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저항할 수 있는 영역과 의제는 내 일상과 관련된, 특히 먹는 행위와 같은 극히 ‘일상적이고 미시적인’ 영역이다. 아주 사소한 영역이지만, 이것마저 허락되지 않는다면, 그들에겐 숨 쉴 여유조차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청년세대가 유일하게 ‘연대’하고 ‘공감’하고 ‘저항’할 수 있는 것은 ‘생존’과 관련된 미시적 영역에 머물러 있다. 그렇다면,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고, ‘자발적 의지’를 획득할 수 있는 방안은 있는 것인가? 대답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대’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미시적이든, 거시적이든, 청년세대가 생존을 위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논의하고, 자신들의 욕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영역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함께 ‘무엇인가’를 계속해야 한다. 그렇게 ‘횃불’을 들고 ‘투게더’해야만 내가 페이를 지불한 만큼의 대가를 받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가만히 있기보다는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할 때다. 그게 무엇이든.  

   
 이종임
고려대학교 강사

 

이종임(고려대 미디어학부) 강사  press@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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