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티콘의 존재는 글의 어감을 달라지게 만든다. 예컨대 ‘감사합니다’같은 격식을 차린 인사도 ‘감사합니다^^’로 표현하면 좀 더 부드럽고 밝게 느껴지는 식이다. 또 말로 길게 설명해야 할 것을 짧게 축약시켜 주기도한다. ‘나 지금 너무 슬퍼’ 대신 ‘ㅜㅜ’를 사용해도 의미는 충분히 전달된다. 그렇기에 문자 커뮤니케이션의 세계에서 이모티콘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인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면서 이모티콘을 사용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다

 

이모티콘의 성장세가 무섭다. 이모티콘은 원래 문자와 기호, 숫자의 조합으로 구성된 ‘텍스티콘’에서 시작했다. 이어 얼굴 표현이나 사물을 아이콘의 형태로 단순화한 ‘그래픽콘’이 탄생하더니 이제는 움직임이나 사운드 효과가 가미된 ‘애니콘’, ‘사운드콘’에까지 나타났다. 이런 그래픽콘이나 애니콘, 사운드콘 등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 되기도 한다. 이제 사람들이 이모티콘을 ‘구매’하는 수준에까지 다다른 것이다.

글 보다는 기호,
새롭게 제시된 소통 방법

이모티콘은 감정을 뜻하는 단어 이모션(emotion)과 기호를 의미하는 아이콘(icon)이 합쳐진 단어이다. 쉽게 말해 감정을 전달하는 기호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모티콘의 시작은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에 재직하던 스콧 팔먼 교수는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감정싸움이 자주 나타나는 것을 보고 한 가지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농담으로 쓴 글에는 :-) 기호를, 진지하게 쓴 글에는 :-( 기호를 붙이자고 한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큰 호응을 얻었고, 게시판 내에서 글에 대한 오해로 비롯되는 감정싸움도 줄었다고 한다.
한편 이모티콘의 효시로 19세기의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를 드는 경우도 있다. 그는 자신의 책 <레 미제라블>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궁금하자 출판사에 ‘?’라고 한 글자의 전보를 보냈다. 그리고 출판사는 놀라울 정도로 반응이 좋다는 뜻을 담아 ‘!’라고 답신했다. 구구절절한 내용 없이 기호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전달된 것이다.

간결하지만 풍부하게

이제 사람들에게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것은 일상이 됐다. 지난 2001년 :-), :( 등의 이모티콘이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수록되며 사실상 사회에서 널리 사용되는 기호로 인정받았다. 그리고 인터넷 메신저의 발달과 스마트폰의 대중화에 힘입어 이미지와 사운드를 활용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지난달 2일 <브랜드디자인학연구>에 실린 ‘인스턴트 메신저 이모티콘 사용에 있어 20대와 장년층의 특성비교연구’에 따르면, 20대들은 카카오톡을 사용하며 하루 평균 24.5회 이모티콘을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소통 과정에서 이모티콘이 중요하게 활용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모티콘을 이용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이모티콘이 감정표현을 돕는 역할을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한아름(부산진구, 26) 씨는 “친밀함 같은 감정을 표현하는 데 이모티콘이 효과적이다”라고 전했다. 정경원(재료공학 12) 씨 역시 “감정을 잘 나타낼 수 있다는 점 덕분에, 의사소통 과정에서 이모티콘 활용이 장점을 가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모티콘이 가지는 함축성과 전달력에 주목했다. 박재진(신문방송학) 교수는 “말로 표현하면 길어질 것도 이모티콘으로는 짧게 표현할 수 있다”며 “이모티콘은 쉽고 간결하게 의미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설명했다. 경북대 정정주(신문방송학) 교수는 “뉴미디어 환경에서는 메시지와 정보를 빠르게 교환하게 된다”면서 “이를 위해 모든 내용을 텍스트로 표현하기 보다는 기호를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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