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느냐마는 왠지 한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이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가수 최백호의 노래 ‘낭만에 대하여’의 가사 일부분이다.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나는 다시 못 올 것들, 그리고 낭만에 대하여 생각해 보곤 한다. 여러분에게 다시 못 올 것은 무엇인가?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새내기 시절의 환영회? 우리에게는 무한한 다시 못 올 것들이 있지만, 이 모두가 시간이라는 단어 안에 함축된다. 그렇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순간 당신이 보내버린 다시 못 올 것. 바로 ‘시간’.
스물일곱, 어느덧 나에게도 졸업의 가을이 찾아왔다. 대한민국을 불반도로 만들어버린 더위도 지나가고, 어느새 찬바람에 나도 모르게 외투 하나를 챙겨 입게 된 시간이 왔다. 돌이켜보면 긴 대학생활이었지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 다시 못 올 시간에 대하여 나는 어쩌면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당신들은 나이·학년·학번도 다르지만 모두 꿈이 있을 것이다. 작가·의사·변호사·축구선수·선생님·연예인 등 여러분의 꿈 또한 각양각색으로 다를 것이다. 그렇게 우리 대다수는 꿈을 가지고 대학에 입학했다. 나의 꿈은 파일럿이었고,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하지 못한 내가 다시 가지게 된 꿈은 대하사극을 만드는 드라마 프로듀서다.
하지만 어느 순간 희미해졌다. 그리고 무서워졌다. PD는 예술가여야 하고 예술가는 항상 창조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나를 단련시켰는데··· 어느새 나 또한 두 발을 해안선에 굳게 딛고 앞에서 밀려오는 ‘취직’이라는 파도와 뒤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현실’ 속에 어디로 도망갈 불빛만을 찾고 있는 사람이 됐기 때문이다.
두렵다. 이제는 너무나 커 버린 아이를 부모님은 그저 보이지 않는 저 뒤에서 바라보고만 계신다. 사랑하는 친구들도, 사랑하는 사람도 이제는 그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공허하게만 들릴 뿐. 내가 믿을 것은 두 다리와 나 자신뿐이다.
대학생활의 마지막 여름. 나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주최한 탐방경연대회를 통하여 일본을 다녀왔다. 그리고 40일간의 유럽 배낭여행을 하고 왔다. 물론 부모님, 친구들, 선생님 등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고, 그랬기에 해낼 수 있었다.
좋은 것보다는 안 좋은 것들이 먼저 생각났다. 남에게 잘못한 것들을 반성하게 되고 쓰레기 같았던 나의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보니 이제는 내 옆에 없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외할아버지, 할머니. 더 효도하고 더 사랑할걸. 그리고 사유의 마지막. 그 끝에 내가 있었다. 다시 못 올 것들의 맨 끝에.
‘무언가 깨달았다’ 혹은 ‘배웠다’고 말하진 않겠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 ‘여행을 통해 나는 변했다’는 반복되는 드라마의 레퍼토리는 너무 식상하지 않은가.
우리 모두 이것 하나만 지금 생각해보자. 1초, 1분이 아닌. 한 시간, 하루 그리고 그 이상을. 다른 것 말고 나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말이다. 다시 못 올 시간에 오늘도 감사하며.

 정요준(예술문화영상학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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