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인문관에서는 ‘정심정악-거문고 음악으로 들어보는 수양정신’ 강좌가 개최됐다. 이 날에는 거문고를 전공한 권은영(한국음악학) 교수가 강사로 나섰다. 강좌는 대나무 돗자리가 깔린 강의실에서 편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강좌 사이사이에 함께 어우러진 가창과 거문고 연주는 참석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강좌는 ‘음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으로 시작됐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생각해 온 음악이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권은영 교수는 악학궤범의 서문을 예로 들며 “음악이란 하늘에서 나와 사람에게 감흥 되는 것이요, 텅 빈 것으로부터 나와 자연으로 이뤄지는 것이니 사람으로 하여금 느끼게 해서 혈맥을 뛰게 하고 정신을 맑게 한다”고 설명했다.
  음악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마친 후, 우리 음악의 음정과 박자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우리 음악에도 역시 서양과 마찬가지로 12개의 음정이 있다. 하지만 이를 다 사용하지 않고 ‘궁상각치우’에 따라 다섯 음을 뽑아 소리를 낸다. 또한 한 호흡을 한 박자로 두기 때문에 느린 음악이 많다. 이를 설명하며 권은영 교수는 ‘여창가곡 이수대엽’이라는 전통 가곡을 예로 들었다. 권은영 교수는 “아마 세상에서 가장 느린 곡일 것”이라며 “1분에 스무 박자로 구성된다”고 말했다.
  이어 음악의 철학적 의미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권은영 교수는 먼저 옛 중국의 사례를 들며 흥미를 돋우었다. 중국의 순임금은 기에게 음악을 관장하는 ‘전악’의 벼슬을 주며 주자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라고 명했다. 그때 당부한 말이 “맏이에게 음악을 가르치되 곧으면서도 온화하고 너그러우면서도 엄숙하고 강하지만 사나움이 없고 간략하지만 거만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말이나 글이 아닌 음악으로 이를 전달한 것은 음악을 통해 몸으로 체득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었다. 이와 함께 권은영 교수의 ‘거문고 정악 밑도드리’ 연주가 이어졌다. 권은영 교수는 이 곡에 대해 “주자들을 가르치는 방식이 여기에 그대로 녹아있다”며 “선비들은 이런 음악을 통해 기운을 조절하고 주자들을 가르칠 때의 정신을 몸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이러한 연유로 선비들은 거문고를 몸에서 놓지 않고 수양의 도구로서 가까이했다. 그렇다면 왜 많은 악기들 중 하필 거문고일까. 이에 대해 권은영 교수는 “거문고 실의 슬픈 소리와 나무의 곧은 소리가 바른 마음을 일으켜 삿된 욕심을 사라지게 한다”고 설명했다. 거문고를 연주할 때 대나무 술대를 내리치면 오동나무판과 부딪히면서 줄의 소리와 나무의 소리가 동시에 어우러지는 음향을 낸다. 이는 선비들로 하여금 삿된 욕심이 들 때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거문고의 괘는 기타의 브릿지와는 달리 간격이 매우 넓어 빠른 음을 연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는 기교를 뽐내지 않도록 하여 거만을 떨지 말라는 의미를 가진다. 대신 하나의 음을 연주하되 내공과 호흡을 다 해 깊고 진한 소리를 낼 수 있다. 권은영 교수는 “거문고의 철학적 의미를 이해하면 왜 거문고가 선비들의 수행과 양생에 있어 필수 덕목이었던 악기였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좌의 끝자락에 권은영 교수는 ‘영산회상’의 첫 번째 곡인 ‘상영산’ 연주를 시작했다. 영산회상은 18세기에 만들어진 곡으로, 오랜 기간 선비들을 통해 연주되고 변주되면서 50여 분에 이르는 100여 곡으로 바뀌었다. 상영산 연주에 이어 권은영 교수는 참석자들에게 ‘거문고 산조’ 연주를 선물하며 강좌를 마무리했다.
 
권은영 교수는 강연 도중 거문고 연주를 들려주며 강좌의 이해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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