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은 명확하지도 않고 어떻게 보면 실체가 없으면서 우리의 시야를 어둡게 만듭니다. 두려움의 구름은 우리 마음과 정신의 시야를 왜곡시키고 진리를 회피하게 합니다.
고현철 교수가 떠난 지금 우리 대학은 자율화와 민주화를 향하여 총장 직선제 행보를 하고 있습니다. 이 직선제는 대학 자율성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으로 부산대 미래를 구성하려는 노력의 상징입니다. 그러나 지금 두려움의 구름이 대학을 조금씩 덮어 오고 있습니다. 이 두려움은 겉으로는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을 수 없을지 모른다는 것에 기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근원은 메타언어를 빼앗긴 우리 사고의 한계입니다. 지방대 프레임에 갇혀 자율성을 상실한 사람은 오늘의 양식(糧食)에만 괴로워하고 자율성 상실이 대학의 본질과 제자의 영혼과 미래, 민족과 국가에 가져다 줄 폐해를 보지 못합니다.
고현철 교수님은 정부가 주는 닭 모이의 위험성을 보았습니다. 위대한 전통을 가지고 비상해야 할 거점국립대학이 앉은뱅이가 되어 모이만 줍고 있는 형국이 얼마나 우리 제자와 교수의 영혼과 민족과 국가의 미래를 위태롭게 하는지를 고현철 교수님은 깨달았던 것입니다. 두려움의 구름을 넘어서 빛이 있음을 보았기에 그는 우리를 위해 고귀한 생명을 바쳤습니다. 우리는 훌륭한 동료를 잃었고 학생은 실력 있고 지혜로운 스승을 잃었으며, 가족은 우주를 잃어버렸습니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더 잃어버릴까 두려워해야 합니까?
진정으로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실체는 하루 양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분과언어에 매몰된 우리를 가두는 지방대 프레임에 있습니다. 국민 세금으로 수도권과 부실 사립대에 투자하고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 ‘지방대학 육성’, ‘교육역량강화사업’ 등의 허울 좋은 언어로 우리를 옥죄는 지방대 프레임에 익숙함이 바로 우리 두려움의 실체입니다.
정부의 모이는 단기적으로 현상을 유지하게는 하나 장기적으로 우리 제자들과 대학의 미래를 망칠 것입니다. 부산대학 70년사 중에서 후반부 30년의 역사는 부산 국립대학의 상대적 몰락의 역사입니다. 제가 과거에 만났던 똑똑했던 우리 대학 출신 동문들은 부산대 출신이라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숨어 지내려 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마냥 하루 양식을 구걸하고 있어야겠습니까?프레임을 바꾸어야 합니다.
우리에게 목숨보다 더 귀한 것으로 무엇이 있겠습니까?고현철 교수는 그 목숨을 던졌습니다. 고현철 교수님을 생각하면 우리 모두는 지금도 눈물을 흘릴 것입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저도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이제 우리는 두려움의 구름에 갇혀 교육부의 압박을 예단하며 불안하게 좌고우면 할 때가 아니라, 용기를 내어 단결하고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
최근 ‘거점국립대학연합회’가 생겼습니다. 수모를 견디며 던져주는 닭모이 한줌으로 연명하는 명목상 거점대학을 탈피하여 실질적 거점국립대학으로 거듭나는 새로운 프레임을 향하여 진군하고 있습니다. 고현철 교수님은 우리에게 이것을 원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교육부의 압박에 단결하여 저들의 부당하고 저급한 국립대학 정책을 저지하고 시정해야합니다.
거점국립대학연합회를 이끌고 있는 교수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일치단결하여 당당하게 진리의 주장을 펼쳐야합니다. 두려움은 더 이상 우리를 덮지 못할 것입니다.
“매는 배가 고파도 나락 위에 앉지 않습니다”

 김유신(전자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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