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노동이 사회 서비스로 도입된 지 8 년이 지났다. 하지만 돌봄 노동이 정당한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등 아직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 이 제기되고 있다. 
 
  돌봄 노동이 사회 서비스로 도입된 지 8년이 지났다. 하지만 돌봄 노동이 정당한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등 아직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돌봄 노동자란 스스로 자신을 돌볼 수 없는 노인, 유아, 장애인 등 약자의 일상생활을 가능하도록 돕는 사람들이다. △간병인 △산모·신생아 관리사 △장애인 활동 보조인 등이 포함된다. 부산 지역에는 현재 7천여 명의 돌봄 노동자들이 있으며, 지역 곳곳에서 신체수발부터 말벗까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령화와 핵가족화로 돌봄 노동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돌봄 노동자의 처우는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다.
 
노동자 64%가 
월 100만 원도 못 받아
 
  돌봄 노동자는 저임금 구조 속에서 휴일도 없이 일하고 있다. 지난 7월 부산여성비정규직노동센터가 발표한 <부산지역 돌봄 서비스 사업(4대 바우처 사업)현황>에 따르면 설문대상 367명 중 55%(203명)가 ‘월 평균 임금 월 50~100만 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월 50만 원 미만인 사람이 9%(33명), 월 100~15 0만 원 미만인 사람도 28.1%(103명)나 됐다. 한국노동연구원 윤자영 연구원은 “정부가 제공하는 단가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근로자들의 임금수준이 낮다”고 말했다.
  반면 근로시간은 길었다. ‘월 평균 휴일이 없거나 1~4일’인 사람이 49.6%(182명)로 절반에 가깝게 나타난 것이다. ‘월 평균 176시간 이상~209시간 미만’ 일하는 노동자도23%(85명)로 나타나, 돌봄 노동자들이 장시간・저임금으로 휴일 없이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돌봄노동은 
‘노동’이 아니다?
 
  돌봄 노동은 사회적으로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많은 사람이 돌봄 노동자를 가사도우미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 돌봄과 가사간병을 하는 A 씨는 “이용자가 나를 ‘우리 집에 일해주는 사람’, ‘파출부’라고 부르며 남들 앞에서 나를 깎아내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시민들 역시 돌봄 노동자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이유정(영어교육 11) 씨는 “돌봄 노동이 뭔지 잘 몰랐다”며 “공익광고 등을 통해 돌봄 노동을 직업으로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법적 제도도 미비한 상황이다. 현행 <근로기준법 시행령>에서는 돌봄 노동자를 ‘가사 사용인’으로 분류하며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가사 사용을 사업으로 보기 어려움 △근로감독의 어려움 △가사 이용자를 사용자로 보기 어려움 등이 그 이유다.
 
“무리한 요구와 
비인간적 대우받아”
 
  돌봄 노동자들은 계약된 업무 외에도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돌봄 서비스는 특정인에게 제공되는 개별 서비스이지만, 이용자가 가정 전체에 대한 서비스를 요구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산모·신생아 관리사 B 씨는 “돌봄 노동은 집이라는 곳이 폐쇄되어 있는 공간에서 이뤄지다 보니 서비스 범위도 애매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성희롱이나 폭언 등 비인간적 대우를 받기도 한다. 앞선 설문조사에서 ‘성희롱이나 폭언으로 회의를 느낀 적 있다’라는 질문에 18%(66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돌봄 노동자 대부분이 여성이기 때문에 성범죄자, 알코올 중독자 등 사람들과 폐쇄 공간에 있을 경우 그 위험성은 더 커진다. 하지만 돌봄 노동자는 이용자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길이 없다. 가사 간병인 C 씨는 “서비스를 나가는데 이용자가 범죄자인지, 어떤 환자인지도 모르고 간다”며 “노동자들은 이용자에 대한 정보를 얻을 권한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을 중의 을’ 돌봄 노동자 
 
  돌봄 노동자는 공공기관을 대신해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정작 자신은 공공 기관의 소속이 아니었다. 바우처 제도의 도입으로 사회 서비스가 ‘시장화’되었기 때문이다. 2007년 도입된 사회 서비스 바우처 제도는 사회복지 서비스 이용자들의 선택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해 고안됐다. 정부가 사회복지 서비스 이용자에게 바우처(쿠폰)를 지급하면, 해당 이용자는 민간기관을 통해 원하는 돌봄 노동자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돌봄 노동자는 공공기관이 아니라 민간기관에 계약직으로 채용된다. 장애인 활동 보조인 D 씨는 “이용자가 ‘당장 내일부터 오지 마세요’라고 하면 바로 일자리를 잃는 것이다”며 “회사의 비정규직이랑 똑같다”고 말했다.
  돌봄 노동자들은 이용자들에게 선택받기 위해 부당한 처우도 감수하고 있었다. 부산여성회 김재민 부대표는 “서비스 제공자들은 이용자들에게 잘 보여야 근로를 보장받을 수 있다”며 “제도가 지나치게 서비스 이용자 중심이다 보니 업무 외의 요구라도 거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나서야 
문제가 해결된다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했다. 지자체 차원에서 이용자들에게 돌봄 노동자의 업무 범위와 서비스 규정을 인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윤자영 연구원은 “지자체가 이용자들의 의식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고용주로서 져야 하는 책임감 의무가 뭔지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지역사회의 돌봄 서비스 종사자들을 돌보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종합지원센터를 통해 돌봄 노동자들을 위한 상담, 교육 등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특별시의 경우 2013년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를 설치해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과 권익을 책임지고 있다. 전담부서를 설치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김재민 부대표는 “공공부문 돌봄 노동자를 총괄하는 전담부서를 설치해야 한다”며 “계약 파기 권한 등 이용자 수칙을 상호 인정할 수 있도록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