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처럼 피어나 별들처럼 빛나리

 

  비발디의 ‘사계’가 울려 퍼지는 전시회장에 들어서면 봄부터 겨울까지 사계절을 배경으로 한 그림이 관람객을 반긴다. 시작은 봄부터, 연둣빛의 들판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이 펼쳐진다. 어딘가 일그러져 있지만, 티 없는 웃음들이 계속 그림을 보게 한다. 자세히 그림을 보고 있으면 꽃이 활짝 피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림 속에서 아이들이 꽃피는 것이다.
지난 2일부터 부산 시민공원 시민사랑채 백산홀에서 김근태 화백의 ‘들꽃처럼 별들처럼’ 전시회가 시작됐다. 김근태 화백은 지난 20년 동안 지적장애인만을 그려온 화가로, 그 자신도 불의의 사고로 오른쪽 눈과 귀를 다쳐 시각과 청력을 잃었다. 그런 신체적 불편함에도 그는 2012년부터 3년간 77개의 캔버스에 지적장애인들을 그렸다. 부산 지적장애인협회와 함께하는 이번 전시회는 지적장애인 문화예술 공감프로젝트 중 하나다. 이 외에도 영화상영, 음악회 등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벽을 허물기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김창현 디렉터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편견이나 차별 없는 시선으로 지적장애인들을 바라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처음부터 김근태 화백이 지적장애인만을 그린 것은 아니다. 어떤 대상을 화폭에 담을까 고민하다 목포 고하도에 위치한 ‘공생 재활원’을 방문했고, 그곳에서 150명의 정신지체아를 만났다. 그는 “보는 순간 그 아이들이 운명처럼 느껴졌다”며 “힘든 시절 찾아다녔던 ‘순수함’을 지적장애인들에게서 발견한 후에 시선을 거둘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20년 동안 지적장애인만을 그리기가 쉽지는 않았다. ‘장애인들의 아픔을 작품에 이용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고민의 답을 찾기 위해 인도로 떠나기도 했다. 그는 그곳에서 생각을 정리했다. 김근태 화백은 “인도의 갠지스 강에서 시체를 화장하는 모습을 보는데, 혼자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는 지적장애인 친구들이 떠올랐다”며 “누군가 그들을 골방에서 바깥세상으로 끄집어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런 고뇌에서 나온 그림들은 캔버스 위 유화로 탄생했다. 유화는 수채화와 달리 물감을 몇 번 더 덧댈 수 있다. 작품에는 이러한 유화의 특성을 살려 입체감이 잘 표현돼 있다. 김근태 화백은 “입체감을 통해 사람마다 같은 그림을 보아도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회 제목 ‘들꽃처럼 별들처럼’은 김근태 화백이 첫 전시회부터 유지해온 것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김근태 화백은 “들꽃은 지적장애인을 뜻한다”며 “아름답게 피어있지만 누군가가 따로 가꾸지는 않는 모습이 들꽃과 닮아서다”라고 설명했다. ‘별들’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소통을 통해 이루는 이상향을 뜻한다. 전시회는 이상향을 위한 소통의 첫 단계였다. 전시회는 장애에 대한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김근태 화백이 지적장애인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그린 이유도 그 때문이다. 장애가 극복되어야 할 부정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근태 화백은 “비장애인이 장애인의 다름에 대해 공감하고, 장애인이 비장애인에게 받은 차별과 상처에 대해 위로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차별 없이 어우러져 사는 세상을 꿈꾸는 김근태 화백의 바람이 담긴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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