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앞 대학로가 대학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본래 의미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 대학생들의 집회나 시위 등이 있었던 1980~90년대나 문화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졌던 2000년대에 비해, 최근에는 학교 근처에서 학생들이 대학문화를 즐기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이후 우리 학교 대학로를 되살리기 위해 △2010년 연극의 거리 조성 △2012년 문화예술교육특구 지정 △2013년 스마트거리 사업 등 대학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 조성과 관련한 정책들이 시행됐다. 또한 매년 시민, 지자체, 문화단체들이 모여 대학로 조성에 대한 논의를 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부산대학교 앞 대학로는 여전히 ‘대학·청춘문화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장소’라는 본래 의미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도로명 속에만 존재하는
부산대학로?

  지속적으로 진행된 대학로 조성사업과 관련회의에도 대학로 조성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관계자들은 우리학교 앞 대학로가 학생들이 자유롭게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어 주지 못한다고 전했다. 대안문화단체 재미난복수 정승민 사무국장은 “대형 상업시설들의 등장이 그 중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NC백화점의 등장 이후 학생들이나 공연단체들이 부산대학교(이하 부산대) 앞에서 자유롭게 공연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며 “많은 상업시설들이 들어서고 난 뒤부터 부산대 대학로가 특색을 잃었다”고 전했다. 2012년 NC백화점이 학생들의 정문 공연에 대해 민원을 제기한 이후 우리 학교 학생들의 정문 앞 문화 공연이 제재 받게 됐다. 이에 우리 학교 어쿠스틱밴드 동아리 ‘좋은나라’ 류호상(산업공학 14) 회장은 “이전에는 시월제나 대동제 때 정문을 통제하고 공연을 하는 것이 허락됐지만 지금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공연을 하며 차를 막는 것이 매출의 하락과 연결된다는 이유였다”고 전했다. 작년까지 우리 학교 정문 앞에서 행사를 진행 했던 ‘제로페스티벌’도 장소를 변경했다. 정승민 사무국장은 “작년까지는 제로페스티벌 공연을 부산대 정문에서 했지만 올해부터는 장전동 일대로 전부 변경했다”며 “NC백화점 등 상업시설이 너무 많이 들어서버려 공연이 어렵다는 것이 이유”라고 밝혔다.
  우리학교 앞 대학로에는 학생들을 위한 공간이 별로 없다는 것도 문제 중 하나다. 이야기현상소 범영균 대표는 “부산대 앞 대학로는 상업시설에만 편중돼있다”며 “대학생들이 자신의 고민을 해결하고,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문화 장소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대학로가 서면이나 남포동 같은 상업시설만 존재하는 번화가와 크게 다를 것 없다는 것이다. 또한 학생들의 공연을 소음이라고 여기는 시민들의 반응도 문제다. 금정구청 문화공보과 서정화 직원은 “온천천이나 부산대역 1번 출구 앞 공연장에서 자주 공연을 하지만 저녁마다 민원이 들어와 자유롭게 공연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부산 청년 문화 1번지가
되기 위해서

  전문가들은 대학로의 의미를 되찾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학생들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우리 학교 동아리 학생들을 제외한 학생들은 대학로 조성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김솔진(화학 15) 씨는 “평소 대학문화에 별로 관심이 없어 딱히 대학로 조성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대학문화연합회 김상균 사회공헌팀장은 “홍대 역시 상업시설이 많이 늘어난 상황이지만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대학로를 조성하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 부산대 학생들에게는 그런 모습들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한 금정공연예술지원센터 이동용 센터장은 “학생들의 관심이 취업 등으로 바뀌기 시작하면서 대학로와 청년문화에 대한 고민이 사라졌다”며 “대학로의 주체인 학생들이 직접 참여 해 조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전했다.
  대학로가 잘 정착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문화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2012년 대학본부는 교내에서 문화활동을 할 수 있도록 넉넉한 터 광장의 사용을 허가했다. 그러나 이후 공연들에 대해 본부나 강의실에서 소음이 크다는 민원이 나와 동아리들이 자유롭게 공연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특히 학교 축제인 시월제 공연에서도 음향을 줄여달라는 민원이 들어왔다. 류호상 회장은 “시월제 공연을 하는데도 민원이 들어와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에 이동용 센터장은 “학생들이 맘놓고 문화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급선무”라며 “그런 공간이 있어야 학생들의 대학문화가 더 발달되고 좋은 대학로 정착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학교 정문 앞 대학로의 문화공간 사용을 둘러싸고 상인과 문화단체간의 갈등이 불거져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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