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이용 부족으로 적자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우리 학교 학생식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다수 대학의 학생식당이 줄어드는 식수 인원에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저렴한 가격과 질 좋은 음식, 차별화된 메뉴 등으로 사랑받는 학생식당들도 있다. 대학 학생식당들의 위기 속에서도 학생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대학교 △동국대학교 △세종대학교의 학생식당들을 찾아가 보았다.

학식은 학생을 위한 ‘복지’

한국외국어대학교(이하 한국외대)의 학생식당은 대내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12 대학지속가능지수 평가’에서 학생식당 만족도 부분 1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학내의 여러 식당 중에서도 단연 인기를 끄는 곳은 인문관에 위치한 학생식당이다. 눈에 띄게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2005년 이후 학식 가격 인상이 한 번도 없어, 가장 비싼 메뉴가 2,200원을 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음식의 질이 높고 메뉴가 다양해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 한국외대 정동욱(통번역대학원 석사 15) 씨는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메뉴도 다양하고 맛있어서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한국외대 원동휘(터키어 09) 씨 역시 “가격에 비해 음식의 맛과 양이 합리적이다”라며 “하루에 한 번 정도는 찾는다”고 전했다.
저렴한 가격의 유지가 가능한 이유는 대학본부(이하 본부)의 직접 운영 덕분이다. 운영 과정에서 생기는 적자를 한국외대 본부에서 감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외대 총괄지원팀 관계자는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이라 적자 폭이 크다”며 “학생 복지 차원에서 이를 감수하고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복지를 위해 본부에서 적자 비용을 감당하는 경우는 또 있다. 서울대학교(이하 서울대)는 지난 6월부터 ‘천원의 아침’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700원이었던 학생회관 식당 조식 가격을 1,000원으로 낮춘 것이다. 학생회관 식당을 운영하는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 김태수 팀장은 “본부에서 학생들의 아침식사를 유도하자는 취지로 제안했다”라며 “할인된 700원 만큼은 본부 측이 지원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학생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대 강예린(행정대학원 석사 14) 씨는 “가격이 싸서 좋다”며 “가격이 낮아졌지만 질은 유지돼서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이 같은 반응을 증명하듯 ‘천원의 아침’ 프로젝트 시작 이후 조식을 이용하는 학생 수는 두 배로 늘어났다. 서울대 측은 학생들의 반응에 힘입어 예산 지원을 계속할 전망이다. 김태수 팀장은 “학교가 학생식당을 복지의 문제로 접근하고 예산을 지원해주면 운영이 수월해진다”고 말했다.

(위) 지난달 17일 찾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문관 학생식당. 방학이지만 많은 학생들이 이용하고 있다
(아래) 서울대학교는 지난 6월부터 ‘천원의 아침’을 시작했다. 1,000원이지만 부실하지 않은 식단이 제공되고 있다

차별화로 학생들에게 다가서다

기존의 정식 위주의 식단에서 벗어나 다양성과 차별화를 추구하는 학생식당들도 있다. 동국대학교(이하 동국대) 상록원에 위치한 채식당이 그 예다. 채식당은 채식뷔페로 운영되는 학생식당으로 7,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불교종립대학이라는 동국대의 특성을 살린 이곳에서는 △두부깐풍기 △버섯탕수육 △콩너비아니 등 다채로운 채식 메뉴들을 맛볼 수 있다. 채식당은 본래 같은 층에 위치한 교직원 식당과 함께 위탁 운영업체인 ㈜아워홈에서 운영했다. 하지만 2013년 ㈜아워홈이 적자를 이유로 운영 포기를 선언한 이후 동국대 생협에서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생협 인수 이후 채식당은 성공적으로 탈바꿈했다. 동국대 생협 유재춘 과장은 “이전보다 채식당의 크기를 넓혀 규모를 키우고 메뉴도 다양화했다”며 “과거에 비해 하루 100명 이상이 더 찾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생들은 채식당에 만족하며 이용하고 있었다. 동국대 김태훈(식품산업관리 석사 15) 씨는 “채식당을 자주 이용한다”며 “처음 보는 메뉴도 많고 맛있다”고 전했다. 덕분에 현재 채식당은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수지 균형을 맞추고 있는 상태다. 유재춘 과장은 “더 이상 고루한 형태의 학식으로는 학생들을 끌어들일 수 없다”며 “시중보다 저렴하되 다양한 먹거리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러 종류의 식당이 모여 있는 푸드코트의 형태로 학생식당이 운영되는 곳도 있다. 세종대학교(이하 세종대)의 경우가 그렇다. 세종대 학생회관 지하에는 4개의 식당으로 이뤄진 푸드코트가 존재한다. 이곳에서는 △소금구이덮밥 △치즈의 마블 △치킨볼오믈렛 등 일반적인 학생식당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메뉴들이 제공되고 있다. 하루 30여 가지의 메뉴가 제공되며, 가격은 외부식당에 비해 저렴한 3,000원~4,000원 선이다. 세종대 이수정(디지털콘텐츠학 13) 씨는 “음식의 종류가 다양하고 맛도 매우 훌륭하다”고 말했다.
푸드코트를 위탁 운영하는 산들F&B 측은 해당 방식의 장점으로 이용자의 메뉴 선택이 자유로워진다는 점을 들었다. 산들F&B의 이종혁 과장은 “손님이 원하는 메뉴를 골라 먹을 수 없으면 만족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세종대 학생식당의 학기 중 평균 식수 인원은 2,500명 정도로, 전체 재학생이 12,000명가량 임을 감안하면 이용률이 높은 편이다. 업체 측은 학생들의 높은 호응에 부응하고자 가격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종혁 과장은 “학생들을 위해 최대한 가격을 올리지 않으려고 한다”며 “대신 음식을 많이 팔아 수익을 내고 있다”고 전했다.

(위) 지난달 18일 찾은 동국대학교 상록원의 채식뷔페 채식당. 교수와 학생들이 자유롭게 배식을 하고있다
(아래) 세종대학교 학생식당은 4개의 전문코너를 가진 푸드코트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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