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 기획 시리즈] ① 윤동주와 한·일관계

 
 올해는 우리나라가 광복 70주년과 한·일 수교 50년을 맞은 해이다. 더불어 <서시>, <별 헤는 밤>과 같은 시를 쓴 저항 시인이자, 대한민구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은 독립운동가이기도 한 윤동주의 서거 70주기이기도 하다. 스물여덟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한 청년 윤동주의 인생을 돌아보고,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 문제 등으로 어느 때보다 차가운 한·일 관계 속에서 그가 남긴 흔적의 의미를 짚어보았다.

  윤동주가 유학을 위해 건너가 3년 후 삶을 마감한 일본에는 그의 시를 읽고, 그를 기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윤동주 시를 읽는 모임 △윤동주 시비 건립 위원회 등이 있다. 그들 대부분은 윤동주의 시가 남긴 아름다움에 심취했다가, 이후에는 시인의 생애까지 관심을 확장하게 됐다. 그들의 활동과 현재의 경색된 한·일 관계에 윤동주가 미치는 의의에 대해 알아봤다.

윤동주를 읽고 추모하다

윤동주가 최후를 맞이했던 후쿠오카에는 ‘윤동주 시를 읽는 모임’이 있다. 1994년 니시오카 겐지(후쿠오카대 한국문학) 명예교수의 주도로 세워진 단체로, 창립 이래 매달 윤동주의 시를 읽는 모임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는 대부분 직장인으로 구성돼 있으며 1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한다. 이들은 일과 후 모여 오로지 윤동주의 시와 삶을 소재로 공부하고 토론한다. 윤동주 시를 읽는 모임 마나기 미키코 회장은 “한국 유학 시절 윤동주의 시를 처음 접하고, 그 아름다움에 반했다”며 “그의 시를 읽고 이후 윤동주의 삶과 한국의 역사를 의미 있게 되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 모임의 주도로 지난 2월 8일 윤동주 시인 타계 70주기를 맞아 시인이 사망한 후쿠오카 구치소(과거 후쿠오카 형무소) 앞에서 추도식이 열렸다. 당시 추도식에서 니시오카 교수를 비롯한 일본 측 참가자들은 “윤동주를 우리가 죽였다”며 일본 당국의 과오를 명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윤동주를 추모하며 그의 시비를 세우자는 단체도 있다. 바로 ‘후쿠오카 윤동주 시비 건립 위원회’다. 지난 2월 16일 설립된 이 단체에는 니시오카 교수, 오무라 마스오(와세다대 한국문학) 명예교수, 츠토무 쿠마키(후쿠오카대 동아시아지역언어학) 교수 등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발기인 대표인 니시오카 교수는 “시비를 세우는 이유는 위령, 기억, 미래 세 가지”라고 밝혔다. 윤동주뿐만 아니라 일제 강점기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억울하게 죽은 전체 한국인들을 위령하고, 과거 일본의 과오를 기억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니시오카 교수는 미래의 발전적인 한·일 관계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함을 역설했다.
자국에서 죽은 외국 시인에 대한 이들의 애정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후쿠오카 70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던 김우종 문학평론가는 “시비 건립 운동은 한·일간 화해와 평화유지를 위해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역사 탐방 프로그램을 통해 윤동주 시를 읽는 모임을 만났던 김준형(역사교육 15) 씨는 “이국의 문인을 사랑하고 기억하려는 그들의 노력에 한국인으로서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일본인을 돌아보게하는 거울”

윤동주가 남긴 시는 일본 내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윤동주가 다닌 일본 교토의 도시샤대에 세워진 시인의 시비는 1995년 도시샤교우회 코리아클럽의 주도로 세워졌다. 이로 인해 윤동주의 후배들이 자신들 선배의 시와 삶을 상기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도시샤대 일본인 재학생인 A 씨는 “시비를 통해 윤동주를 알았고 그의 시를 번역본으로 읽어봤다”며 “이를 통해 한국을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됐다”고 밝혔다.
시인 이바라기 노리코가 쓴 윤동주 관련 수필도 일본인들의 한국에 대한 문화적 인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수필이 일본의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 실리면서 시인의 시와 삶이 일본 학생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이다. 구견서(평택대 일본학) 교수는 “일본 사회에 저변이 상대적으로 미비한 것이 한국 문학의 현실”이지만 “윤동주와 같은 작가들의 작품을 접한 일본인들의 경우 한국 문화에 대한 수용 능력은 더욱 탄력적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윤동주의 시와 삶을 역사 인식을 문제로 굳어진 한·일 관계를 풀어나갈 원동력으로 평가하고 있다. 츠토무 교수는 “일본의 독자들에게 윤동주가 한국 시인들 중 가장 잘 받아들여져 있다”며 “윤동주는 우리 일본인 자신을 되돌아볼 거울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윤동주 시를 읽는 모임’의 회원들이 모여 윤동주의 시에 대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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