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역시 금정구가 2012년부터 추진했던 ‘중증장애인 자립생활기술훈련원’ 건립이 사실상 중단됐다. 시비 14억을 들여 매입한 사업부지는 금정구청의 미숙한 행정처리로 2년째 공터로 방치되고 있는 상태다. 최근에는 특혜의혹까지 불거졌다.

금정구청의 구멍 뚫린 행정

  금정구청은 부산시의회 A 전 시의원의 제안으로 2012년부터 ‘중증장애인 자립생활기술훈련원(이하 중증장애인 자립원)’ 건립을 추진했다. 가전제품 사용법, 교통수단 이용법 등 교육을 통해 중증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작년 3월 26일 건립이 추진된 지 불과 6개월 만에 부지 매입이 최종 완료됐다.
하지만 건축비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사실상 작업은 중단된 상태다. 금정구청의 미숙한 행정처리가 문제였다. 당초 금정구청은 시비 15억과 국비 30억을 들여 중증장애인 자립원을 세울 계획이었다. 그러나 중증장애인 자립원은 법적 지원 근거가 없어 정부로부터 ‘국비 지원 불가’ 판정을 받았다. <장애인 복지법 시행규칙> 제41조에 규정한 국비지원 대상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금정구청은 부지를 매입하고 나서야 국비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지했다. 금정구청은 최초 건립계획 단계부터 지방재정계획 수립까지 최소 4차례의 국비 지원 검토기회를 간과한 것이다.

부지 매입 과정에 ‘특혜’있었다?

 

  중증장애인 자립원이 건립 예정이었던 부지가 2년 째 방치되고 있다

  추진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는 점도 밝혀졌다. 금정구청이 부지 추가 매입을 논의하면서, 해당 부지 가격의 감정평가를 의뢰하기도 전에 <사업부지 추가 매수 건의안>에 감정평가액을 명시한 것이다. 시설건립계획수립이 완료되기 전, 부산광역시에 투자계획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의회에서 문제가 제기되자, 주민복지과 박정문 국장은 “추가경산 기간 동안 사업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는 시기를 맞추려다 보니 오류가 생긴 부분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구민들은 금정구의 미숙한 행정 처리를 비판했다. 금정구민 이유림(금정구, 21) 씨는 “시민의 세금으로 건립되는 시설인데, 심의 절차를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정혜(철학 14) 씨 또한 “시설을 짓기로 했으면 당연히 법안을 제대로 확인해야 했다”며 “관계자가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금정구청 사회복지과 김경희 팀장은 “관련 부서를 동원해 해결방안을 모색 중이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임시로라도 주민 편의를 위해 이용할 수 있는 시설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선정 부지의 부적절성과 과도한 계약금 지불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부지 매입과정에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중증장애인 자립원이 들어서기로 했던 부지는 남산동 140-2번지와 140-3번지다. 하지만 이곳은 지하철역에서 직선거리로 460m, 도보로는 550m 떨어져 있었다. 경사도 가팔라 중증장애인의 이동이 쉽지 않은 곳이다. 과도한 계약금 지불로 혈세를 낭비했다는 지적도 있다. 금정구청은 140-2번지를 추가 매입하는 과정에서 매매가의 80%를 계약금으로 지불했다. 금정구의회 정종민 구의원은 “매매가의 10%를 계약금으로 지불하는 것이 통상적이다”라며 “해당 부지의 통상 계약금 수준은 7천4백만 원 수준인데, 금정구는 3억7천 원을 지불했다”고 지적했다.
  부지선정에 특정의원의 의견이 개입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의혹은 더 커진 상황이다. 140-3번지 매입 당시, 사업을 제안했던 A 전 시의원이 현장 확인 후 부지를 결정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정종민 구의원은 “시의원이 요구한 대로 땅을 사주기 위해 구청이 각종 편법과 탈법을 동원한 것이 아니냐”며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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