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있어 대학의 역사는 100년 내외에 지나지 않습니다. 구한말과 일제시대에 근대적 의미의 교육을 받아들이면서 오늘날 존재하는 대부분의 유수한 대학들이 설립됩니다. 초기에는 서양 학문의 체계적 도입이 주 관심사였고, 일제치하와 6.25사변을 겪으면서 50, 60년대 고전과 철학적 담론을 형성하면서 학문의 전당인 상아탑으로서 여러 가지 방향들이 모색되어 왔습니다. 이때 철학적 담론을 바탕으로 한 대학의 축제문화가 형성되었고, 70, 80년대 민주화의 열풍 속에서 긍정적 측면으로 보면 의식화된 교육을 통한 사회적 담론의 형성을 주도하였고, 부정적 측면으로는 음주문화가 형성되어 왔습니다. 특히 70, 80년대 민주화의 근원지로서 대학은 사회의 중심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90년대와 2000년대에는 유명가수와 개그맨 등 연예인들을 중심으로 한 축제문화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그런 바탕에는 일반사회와 같이 먹고 놀자는 식의 음주와 가무 문화가 큰 줄기를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그런 지금 지난 몇십 년간 대학사회에서 학생으로서 교수로서 체험해본 우리의 대학문화는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게 됩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의 대학문화는 무엇일까요? 어찌 보면 아카데믹한 면보다는 대중적인 측면의 문화가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고, 그만큼 대학이 가지고 있는 사회에 대한 선도적 역할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축제와 MT에 참석할 적에 우리가 하고 있는 문화적 행태를 한번 살펴보십시오. 대부분 음주와 가무가 큰 중심이고,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먹고 마시는 문화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찌 보면 비싼 등록금 내고, 적어도 10여 년 이상 열심히 공부해서 온 대학에서 우리가 이루어가는 문화가 과연 이것인지요? 
  또한 대학사회의 큰 주체인 교수와 학생들 간에도 과연 바람직한 소통과 교류가 있는지요? 지금 이 시대의 대학교수들은 사회적 비전과 꿈을 제시해주고 있는지요? 아니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꿈과 비전을 제시해주고, 이끌어가고 있는지요? 적어도 대학사회가 이 시대와 사회의 사표로서 존경받으려면 이제는 사회가 존경할만한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를 실천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지금의 이 시점에서 우리의 대학문화를 되돌아보고, 바람직한 우리 시대의 대학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학문의 전당으로서 학문에 대해 토론하고, 인문고전과 철학에 대해 담론을 형성하고, 각자의 전공분야에 대해서 학문적 연구결과들을 깊이 있게 토론하면서 우리의 대학문화를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밖에서 보는 피상적인 대학문화로서가 아니라, 이제는 우리 시대, 우리 사회를 진정으로 선도해 갈 수 있는 우리만의 대학문화를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 우리도 새 학기를 맞이하며 이제부터라도 하나 되는 부산대학교(One PNU)를 꿈꾸면서 서로 존경받는 스승과 학생으로서 올바른 대학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 각자 노력하면서 우리의 희망찬 미래를 준비해 가야 하지 않을까요?
 
이병인(바이오환경에너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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