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넘게 끌어왔던 총장 선출 문제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고현철 교수의 비통한 죽음으로 일대 전환점을 맞았다. 고 교수의 의로운 행동이 외부의 강압에 의해 대학 자치가 훼손되고 저지당하는 것에 대한 분노의 표출임을 우리는 안다. 그동안 교육부가 강요해왔고, 도미노 게임을 보듯이 거의 모든 국립대학들이 굴복하고 말았던 직선제의 폐지, 간선제로의 전환이 안착되던 마당에, 적어도 우리 학교에서 완강한 저항에 부딪친 것이다.
우리가 총장직선제에 그토록 매달린 이유는 알다시피 그것이 독재에 항거해 쟁취한 대학 민주화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대학의 민주화는 70, 80년대에 우리가 흘린 수많은 땀과 눈물과 피의 결정체가 아니던가. 그 대학 민주화와 자율성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정착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사실도 안다.
교육부는 이 제도의 역사성과 상징성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 제도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파생된 몇몇 부작용을 과장하여 제도자체를 없애려고 했다. 일부 국립대학들에서 내부적으로 현 제도의 부작용을 인지하고 자정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교육부는 이 제도를 보완, 개선해 나가는데 일조하기보다는 부당한 간섭과 개입을 선택했다. 시행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빌미로, 그것을 일소하겠다는 발상은 직선제의 부작용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독재적 폭력인 것이다.
짐작하건대, 이제 총장직선제로 환원하는 우리 학교는 교육부의 끊임없는 압력과 개입에 부닥칠 것이고, 온갖 불이익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교육부의 지시에 반기를 든 유일한 대학을 길들이려고 교육부의 관료들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응징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행·재정적 제재는 물론이거니와, 어려운 과정을 거쳐 학칙을 개정하고 선거를 치러 총장 후보를 선출한다고 하자, 경북대와 공주대, 방통대의 선례처럼, 인준을 거부하고 총장 없는 식물대학으로 전락시킬 공산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우리 학교의 결의에 동참할 의사를 보이고 있는 다른 국공립대학들이 제2의 부산대학, 제3의 부산대학이 되어 따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우리 학교에 갖은 불이익을 주려고 할 것이다. 교육부가 우리 학교를 시범 사례로 그런 소인배적 행동을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서 행여나 생길 또 다른 희생을 불러들이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할 따름이다.
이제 우리 학교는 멀고 험한 길을 가야 한다. 대다수 효원인이 바라는 총장직선제의 과정을 되밟으면서, 반성의 시간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운영했던 총장직선제에 대해, 우리의 반성과 성찰이 전제되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한 절차일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이 제도가 우리 학교에 얼마나 발전적으로 작동했는가 하는 반성이 없다면, 고 교수의 의로운 결단에 누를 끼치게 될 것이다.
지난날 우리가 자유의지로 선택한 우리의 대표가 대학의 민주주의와 자율성을 증진시키지 못하고, 모든 구성원의 의사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이행되지 않았다면, 이제 우리의 대표가 독선과 오만의 길로 가지 못하게 하는 장치와 언제든 다수의 의사를 반영하게 하는 제도를 만들어야한다. 그렇게 해야 누가 총장에 선출되든, 임기 내내 자신을 지지해 준 세력만의 대표가 아니라, 떳떳하고 존경받는 모두의 총장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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