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서울 출장을 갔다가 부산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기회가 생겼다. 회의를 마친 후 저녁식사를 하다가 부산이 화두로 떠올랐고,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부산에 대한 여러 이미지를 내놓았던 것이다.

  이야기는 최근에 부산이 상당히 발전했다는 것으로 시작됐다. 최첨단 건물이 들어서고, 멋진 영화제가 열린다는 것 등이었다. 나는 여기에 끼어들어 부산에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소개했다. 이야기는 부산의 멋진 자연환경으로 이어졌고, 부산처럼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도시도 찾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도출됐다. 이 정도면 부산은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찾고 싶은 매력적인 도시임에 틀림없다. 부산에 살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행복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러나 갑자기 이야기는 반전됐다. 부산에서 차 운전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어떤 사람은 다음과 같은 일화를 소개했다. 빨간 신호등 때문에 차를 세웠는데, 뒤에 있는 차가 빵빵거리질 않나, 그래도 신호를 지킨다고 서 있는데, 뒤차가 중앙선을 넘어 자신의 차를 앞질러 갔다는 것이다. 이제 내가 응답할 차례가 되었다. 부산 사람들이 교통질서를 잘 지키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부산이 지리적 이유 때문에 도로 포장률이 낮다는 궁색한 변명이었다. 이와 함께 부산의 교통질서가 이전보다는 나아지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다시 부산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가진 부산의 이미지를 곱씹어 보았다. 결국 부산의 생활환경은 좋은데, 부산 사람들이 엉망이란 얘기가 아닌가? 부산 사람들도 이러한 점을 잘 느끼고 있을 것이다. 사실상 부산에서는 운전자든 보행자든 교통질서를 잘 지키지 않는 것이 다반사이다. 단적인 예로, 지하철에서 하차가 모두 이루어진 뒤에 승차를 하는 것은 누구나 아는 규칙인데, 그것마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 소위 제2의 도시라고 하는 부산의 현 주소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부산 사람들에게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내 차만 먼저 가면 그만이고, 나만 지하철에 빨리 타면 그만인 것이다. 모든 사람이 이런 식으로 행동한다면 어떻게 될까? 오히려 내 차도 빨리 가지 못하고, 지하철에도 빨리 타지 못할 것이다. 이런 간단한 상식이 왜 통하질 않을까? 오히려 부산 사람들이 그것을 ‘유도리 있는 부산’ 혹은 ‘다이내믹 부산’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또 다시 생각해 보니, 그래도 부산에는 희망이 있는 것 같다. 자연환경은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지만, 사람들의 행위는 바꿔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류 도시는 자연도 일류이고, 문화도 일류인 도시일 것이다. 말로만 일류 도시라 떠들지 말고 부산의 문화를 선진화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질서를 지키고 타인을 배려하는 데 있을 것이다. 우리 부산대학의 구성원들이 먼저 솔선수범한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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