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서울여자대학교 학보사 <서울여대 학보>는 주간교수와 고군분투 중이다. 문제의 발단은 축제를 앞둔 서울여자대학교 총학생회가 미관상의 이유로 청소노동자들의 파업 현수막을 무차별적으로 폐기한 데서 시작됐다. <서울여대 학보>는 서울여자대학교 졸업생 143명의 성명서를 통해 이를 비판하는 내용을 1면에 실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부의 적’이 이들을 막아섰다. 바로 주간교수다. 그가 댄 변명은 ‘143명이 졸업생을 대표한다고 볼 수 없다’였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편집권 침해는 더 이상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지난 3월에는 동국대학교 학보사인 <동대신문>이 창간 65주년 만에 최초로 발행 중단 사태를 겪어야만 했다. 문제가 된 기사는 총장 선임을 앞두고 학내에서 제기되는 의혹에 대한 설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에 편집인인 동국미디어센터장 김관규 교수는 ‘설문 표본 추출 방식이 과학적이지 못하다’며 이를 제지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대학신문에 맞서는 자, 문제의 원인이 바로 편집국 내부에 있다는 것이다. 두 사건에서 주요 인물로 떠오르고 있는 주간교수는 학보사에서 편집국 구성원들과 뜻을 함께 하며 책임지는 인물이다. 하지만 위에서 등장한 주간교수는 더 이상 해당 학보사의 일원이 아니었다. 그들은 학보사의 입장이 아닌 권력의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모습은 오직 대학신문만의 이야기일까. 이것은 기성언론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어쩌면 피하고 싶은 대학 밖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는 것만 같다. 실제로 지난 14일, <미디어오늘>이 전국의 취재기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기자 5명 중 1명꼴로 부당한 기사 삭제 지시나 수정 요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데스크로부터 정치적 이유 혹은 외부의 압력에 의해 기사에 대한 부당한 수정이나 삭제 지시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기자 23.0%가 ‘있다’고 답한 것이다. 또한 27.9%의 기자들이 ‘출입처와의 관계를 이유로 기사를 수정하거나 삭제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것이 외부의 압박에서 벗어나 국민들에게 가장 먼저 진실과 사실의 차이를 알려야 하는 대한민국 언론의 현 주소다. 바로 다름 아닌 내부의 적 때문에 말이다.
  덕분에 오늘날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 사안이 기사화되지 못하고 있다. 2015년에 사는 독자들이 “오늘 전두환 대통령께서는···”으로 시작되는 1980년대 땡전뉴스와 같은 기사만 접해야하는 것이다. 진실이 무엇인지, 이 시대가 원하고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또한 내부의 적은 ‘정의로운’ 기사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바꿔 버린다. 이러한 두려움으로 기자들은 자신들을 스스로 검열하게 만든다. 잠복되어 있는 진실들을 굳이 수면 위로 올리려 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진실은 계속해서 드러나지 않게 된다.
  대학신문과 기성언론의 민낯을 마주한 지금, 학보사 기자들을 눈물짓게 하는 것도 대한민국 기자들을 ‘기레기’로 만들어 버린 것도 결국 이와 같은 내부의 적에서 기인한다. 권력과 자본의 섬뜩한 논리로 변해버린 내부의 적. 대한민국에서 ‘기자’라는 이름을 달고 살아가는 이들은 과연 누구와 고군분투를 해야 하는 것일까.
   
박성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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