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실내체육관, 농구경기 시작 전 치어리더들이 농구장 분위기를 한껏 띄우기 위해 소녀시대 댄스 퍼레이드를 펼친다. 화려한 춤 솜씨를 보이는 치어리더들 사이에 유독 눈에 띄는 이혜리(농업경제 4)씨는 부산 KT 소닉붐의 KT 소닉걸즈로 활동하고 있다. 공연이 끝나고 난 뒤 혜리 씨는 “관중과 함께 호흡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라며 밝게 웃어 보인다.

작년 7월, 혜리 씨는 서면 길거리를 지나다가 우연히 치어리더 제의를 받았다. 처음엔 학과 공부 때문에망설였던 그녀지만 “젊을 때 할 수 있는 치어리더란 직업의 매력에 끌려 한번 해보기로 결심 했어요”라며 첫발을 내딛었다고 한다. 치어리더가 되었을 때 주위 반응을 묻자 “친구들이 모두 축하해 줬어요”라고 고마움을 전하는 혜리 씨. 그러나 매우 기뻐하셨던 어머니에 비해 아버지께서는 반대하셨다고 한다. “노출이 있는 의상 때문에 싫어하셨는데 지금은 많이 격려해주세요”라고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그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 데뷔 무대였던 2009 프로배구 결승전이다. “치어리더 연습을 한지 2주 만에 6곡을 외우고 큰 무대에 나갔어요”라며 “많은 관중들 앞이라 긴장을 한 탓인지 표정이 굳고 동작도 혼자 틀렸었죠”라고 아찔했던 순간을 회상한다. 그러나 혜리 씨는 그 날의 실수를 창피해 하지 않고 열심히 연습한 결과 현재 천안 현대캐피탈 배구팀과 여자농구경기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모든 스포츠 경기장의 짓궂은 관중들은 치어리더를 힘들게 한다. “같은 팀 언니 중 한분은 경기장 관중이 머리를 잡아당기는 사고가 나기도 했어요”라며 경기장에서 과격한 행동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한다. 그녀의 미니홈피는 방명록에 대뜸 사귀자고 하거나 철없는 팬이 사진에 악성댓글을 남겨 인기치레를 겪고 있다. “이것 또한 또 다른 관심의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혜리 씨는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치어리더 활동이 학업에 지장을 주진 않았을까. “지난 학기에 열심히 공부 했는데 기말고사와 경기 날짜가 겹쳐 아쉽게 시험을 못 봤어요”라며 “이번 학기에는 꼭 평점 4.0을 넘기도록 공부할거에요”라고 굳은 의지를 보인다. 성적은 조금 떨어졌지만 치어리더를 하고 싶어 하는 친구가 있으면 적극 추천 하겠다는 혜리 씨. 그녀는 “치어리더를 하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해 졌어요. 땀 흘리면서 춤추고 운동하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에요”라고 미소 짓는다.

그녀는 수많은 경기를 다니며 그 누구 보다 바쁜 겨울방학을 보냈지만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4학년을 걱정하고 있다. 혜리 씨는 저녁시간에 연습이 있기 때문에 학기 중 낮 시간을 활용해 강의실과 도서관을 오가며 열심히 공부한다.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하던 예쁜 혜리 씨의 모습을 보고 반짝이 분한테 음료수도 가끔 받아봤다고.

인터뷰를 한 지난 달 21일에는 1위 자리를 다투던 KT와 모비스의 경기가 있었다. 최대 17점차까지 나며 패색이 짙었으나 그녀의 응원 덕분일까. 경기 내내 지고 있던 KT는 마지막 20초를 남기고 역전에 성공하여 1점차 승리를 이뤄냈다. “올 해 많은 목표들이 있지만 그 중 가장 큰 목표는 열심히 응원한 KT가 올 시즌 우승하는 것이에요”라며 오늘도 그녀는 연습장으로 향한다. 그녀의 승리를 부르는 응원으로 작년 꼴지에 머물렀던 KT가 올 시즌 우승하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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