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지훈(조선해양공 석사 14)

   올해 초 해양수산부에서 210억 원의 큰 예산을 들여 5년에 걸쳐 100ft 급 메가 요트 선박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소식이 한국 레저 산업계에 큰 이슈가 되었다. 이는 비단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레저 선박에 대한 막대한 예산 투자뿐만이 아니라, 국가의 장기 프로젝트를 통한 미래 레저 산업의 청신호를 본 것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한다.

  해양레저 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아직 그 성장이 미미한 국내 실정에서 상당한 성장잠재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경제구조와 일반인들의 눈에 비추어진 해양레저는 부유층만의 놀이 문화일 뿐 현실적으로 와 닿지 않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 해양레저 산업의 미래를 염두에 두고, 필자가 유학생활을 했던, 뉴질랜드에서의 해양레저에 대한 인식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뉴질랜드에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세일링의 도시 오클랜드 시티에 위치하고 있는 ‘비아덕트’ 항구에는 다양한 크기의 보트와 요트들이 가지런히 열을 맞춰 정박되어 있는데, 필자의 첫 느낌은 낯설음을 넘어 설렘이고 두근거림이었다. 보트 보유수가 10명당 1대로 조사되어 있을 정도로 해양레저 활동은 뉴질랜드인들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었으며 그들의 삶의 일부분 이었다. 주말이면 가족, 친구들과 함께 낚시를 가는 사람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으며 대어를 낚아 돌아오는 낚시꾼들의 얼굴에는 다음날 친구들에게 자랑할 만한 이야깃거리가 생겨서인 양 감출 수 없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배를 정박하고 내릴 때면 이내 자기가 오늘 그렇게 큰 물고기를 어떻게 잡았는지 일면식도 없는 나에게 인사와 함께 시시콜콜 다 털어놓았다.
  이곳의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을 따라다니며 수영과 세일링 등 다양한 해양레저 활동을 배우며 시작한다. 아이들은 자기가 얼마나 좋은 장비를 가지고 있고 얼마나 좋은 요트를 타고 있는지가 아닌, 바다와의 어울림에서 자연을 즐기는 바로 그 순수함에서 기쁨을 느끼고 있는 것을 그들의 해맑은 웃음 속에서 찾을 수 있었다.
 필자가 본 뉴질랜드인들의 활발한 해양레저 활동은 그들이 갖춰놓은 다양한 인프라 시설로부터 나오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여가시간을 진정 그들이 가지고 있는 환경 속에서 즐기는 것이었다. 수십 년간 한 세일링 동호회 클럽에서 활동해 오신 80대 할아버지가 그곳에 있었으며, 열 살 남짓한 꼬마 남자아이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그의 첫 세일링에 설레어 하고 있었다.
  대개 선진국의 경우,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되면 요트시장이 활성화된다고들 이야기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그에 발맞춰 많은 돈을 투자하여 마리나를 조성하고, 사회의 경제적 변화에 맞추어 다양한 시설과 기술개발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 여가생활을 즐겨야 할 우리들은 그러한 준비가 되었는지 되묻고 싶다. 우리나라의 레저산업은 외국 선진국들의 그것과는 상당히 다르다. 있는 자들만의 놀이문화로 인식되고 있는 해양레저 활동에 대한 점차적인 인식의 변화가 절실하고, 남에게 과시하기 위한 레저 활동이 아닌 본인의 여가를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여유 또한 필요하다. 해외 선진국들이 바라보는 해양 레저 활동에 대한 인식을 단기간에 따라가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를 위한 노력은 해양레저 산업에 대한 많은 투자만큼이나 반드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균형 잡힌 해양레저산업의 발전을 기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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