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수(국어교육) 교수

   여름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다. 캠퍼스를 바라보니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손길들이 저마다 분주하다. 한국의 대학은 방학이 길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합치면 다섯 달이나 된다. 거의 일 년의 반을 방학으로 보내는 셈이다. 때문에 한국에서 대학생활을 잘하려면 방학을 잘 보내야 한다. 

  나는 2년 전 파견교수로 중국의 대학에서 일 년을 지냈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을 가르치며 중국의 대학이 한국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중국의 대학은 방학이 짧다. 여름과 겨울의 방학을 모두 합쳐도 세 달밖에 안 된다. 그것마저도 학기 중에 수업의 결손이 있으면 방학을 줄여서라도 수업일수를 채워야 한다. 간단히 계산해 봐도 중국의 방학일수는 한국에 비해 3/5, 즉 60%밖에 되지 않는다. 
  방학 기간이 한국에 비해 3/5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중국의 대학생들이 한국의 학생들에 비해서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시간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의 대학생들은 졸업을 하기 위해 평균 170학점~180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130학점~140학점을 이수하면 졸업이 되는 한국의 대학생들에 비해서 적어도 한 학기 이상의 시간을 더 배우고 졸업을 하는 것이 된다. 
  중국의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은 모두 의무적으로 학교의 기숙사에 입소해서 생활해야 한다. 그리고 중국의 대학에는 캠퍼스 안에 각종의 편의시설들이 두루 갖추어져 있어서 학생들은 학교 밖으로 나가지 않더라도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않고 생활할 수 있다. 심지어 캠퍼스 안에 목욕탕도 있다. 자연스럽게 학생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캠퍼스 안에서 보내고 있다. 학교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집에서 등하교를 하며 학교 밖의 생활에 익숙해져 있는 한국의 학생들과는 많이 다르다. 
  기숙사에 입소해서 살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기숙사 건물에서 강의동 건물로 등하교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시간을 캠퍼스 안에서 보내기 때문에 학생들은 하루에 두 번 학교를 간다. 강의를 듣기 위해 아침에 학교를 가고, 저녁을 먹은 후 개인 공부를 하기 위해 또 다시 학교를 간다. 외국인 교수 숙소에서 바라보면 아침과 저녁 두 차례에 걸쳐 도로를 가득 메우며 학생들이 학교로 가는 모습이 참으로 장관이었다. 나에게는 매일 아침과 저녁마다 하루에 두 번씩 도로를 가득 메우고 학교로 가는 학생들의 물결을 바라보는 것이 큰 기쁨이고 신선한 충격이었다. 개혁과 개방을 추구한 지 30여 년이 흐른 지금 중국은 미국과 맞설 수 있는 초강대국으로 부상했다. 그 엄청난 에너지가 바로 중국의 대학에서 나오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학생들의 공부를 양적인 잣대로 재단하여 평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대학은 언제부터인가 학생들에게 부과하는 공부의 양을 계속 줄여왔고, 지금도 줄이려 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의 대학생들은 과거의 선배들이 160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졸업을 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눈을 똥그랗게 뜨고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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