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영화 <파수꾼>

 

“네가 나 친구로 생각해본 적 한 번이라도 있냐? (중략) 저 새끼들 다 마찬가지야. 너 친구라고 생각해서 네 옆에 있는 거 아냐. 착각하지 마. 나도 너 친구라고 생각해본 적 한 번도 없구. 알아?” 
“너까지 나한테 이러면 안 돼…” 
- <파수꾼> 중
 
   
 
  인간관계는 누구에게나 어렵다. 사회 속에서 타인과 더불어 사는 우리는 항상 관계맺음의 어려움과 미묘함을 느끼며 산다. 다 큰 성인도 그러할진대, 흔들리고 불안한 청소년기의 소년들은 오죽할까. 영화 <파수꾼>은 쉽게 상처 주고, 쉽게 상처 받지만 그 상처를 다루는 것에 서툴렀던 소년들의 이야기다.
  이야기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등학생 기태(이제훈 분)의 아버지가 아들이 죽은 까닭을 추적하면서 시작된다. 중학교 시절부터 절친했던 기태와 동윤(서준영 분)은 고등학교까지 함께 진학하고, 그 곳에서 희준(박정민 분)을 만나 삼총사처럼 어울린다. 학교에서 ‘짱’으로 통하는 기태는 희준과 잘 지내고 싶어 나름대로 노력하지만, 사소한 오해와 질투가 쌓여 멀어진다.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것이 좋고, 소외당하는 것이 죽기보다 싫은 기태에게는 우정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기태는 폭력을 통해 친구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비뚤게 표현한다. 결국 희준은 전학을 가게 되고, 기태는 단짝 동윤과도 멀어져 자살에까지 이른다. 소통이 전제되지 않은 관계가 결국 파국을 맞이한 것이다.
  작품은 사춘기 한가운데 서있는 외로운 소년이 망가지는 순간을 잘 포착하고 있다. 영화가 끝날 무렵 동윤이 던진 “너만 아니었으면 된다”는 말이 기태에겐 우정의 마지막 보루가 무너진 것이었을 테다.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기태에게 우정이 끝난다는 것은 그의 세상 전부가 무너진 게 아니었을까. 기태는 친구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하면서 자신을 이해해주기를 호소한다. 그렇게 마음에 없는 말만 끊임없이 하다 끝에 가서야 비로소 “나한테는 너만 있으면 된다”며 진심을 고백한다. 서툴러서 더 아프고 슬픈 소년들이다.
  영화는 어른의 시선에서 본 청소년이 아니라 진짜 청소년을 그렸다. 그 정도로 현실적이다. 실제 폭력서클 남고생들의 일상을 옮겨다 놓은 것처럼 욕설과 폭력이 난무한다. 하지만 작품은 폭력 그 자체도, 친구에게 폭력을 쓰는 기태도 미화시키지 않는다. ‘철없던 아이들이 이러이러한 성장통을 겪고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했답니다’ 식의 보통 성장영화와는 다른 것이다.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이 작품을 두고 “상처는 그저 상처일 뿐 성장을 위한 달콤한 훈장 같은 것은 아니라고 단호하게 거부하고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극 중 기태의 말처럼 ‘대체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어’서 답답하고, 우리 모두가 지나온 시절의 이야기라 더욱 먹먹하다. 우리는 모두 기태였고, 동윤이었으며, 또 희준이기도 했다. 누구나 가해자이자 피해자였던 것이다. 불완전한 소년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파수꾼이 됐지만, 결국 자신도, 친구도, 그 어느 것도 지키지 못했다. 그만큼 예민하고 나약해 소통에 목마른 ‘우리’의 이야기.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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