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취직이 갈수록 어려워진다. 우리 대학도 이공계와 경영학과를 빼면 취업률이 그렇게 높지 않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학생들이 경영학을 부전공이나 복수전공으로 선택한다. 대학생의 취업문제가 어디 대학만의 책임이겠냐만은 외부에서는, 특히 일자리를 늘려야 할 기업은 우호 언론을 등에 업고 대학에 대단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 결과 취업사관학교를 직접 표명하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독자적인 척하면서도 학생들을 ‘좋은 곳’에 취직시키기 위해서 기업의 입맛에 맞추느라  학점의 상대평가제, 영어능력, 맞춤형 교육 등 대학 본연의 기능에서 벗어나는 일이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

  취업난이 심각한 현실에서 오로지 원하는 직장과 평생 보장의 일자리를 확보할 미래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대학의 생존’에 필수요소로 등장하였다.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졸업생을 요구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고교생들과 부모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높은 취업률이 대학의 명암을 가르기 때문이다. ‘영어실력’이 그 중 가장 주목받는다. 그래서 대학은 국제화 시대에 부응하고 학생들의 실용영어 능력 향상을 위해 ‘글로벌영어’를 교양필수과목으로 이수하게 한다. 그것도 모자라 졸업학점과는 별도로 ‘무슨 학과는 몇 점’ 등 일정이상의 TOEIC점수를 요구하는 졸업요건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렇게 된 것은 오래된 일이지만 대학이 자발적으로 했다기보다 TOEIC점수가 취업의 성공여부에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직업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학생을 교육·지도하는 것이 대학교육의 중요한 몫은 맞다. 그러나 졸업학점을 이수하고도 TOEIC점수를 획득하지 못해 졸업을 할 수 없다면 이는 분명히 잘못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졸업 후 기업취업, 특히 대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TOEIC점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학생들의 진로목표가 기업취업인 것은 아니며, 따라서 모든 학생들에게 이를 강요하는 것은 학생들에 대한 하나의 폭압일 수도 있다. 게다가 실제로 기업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대학에서 강제하지 않더라도 알아서 TOEIC 준비를 할 뿐 아니라, 취업을 위해 획득하고자 하는 TOEIC점수도 대학에서 요구하는 점수 이상이다. 즉, 기업취업을 목표로 하는 학생에게는 졸업요건으로 정해놓은 TOEIC점수가 유명무실하기 때문이다.
  대학생이 강의를 열심히 듣고 적정한 학점을 이수하면 당연히 졸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실상은 기업이 원하는 TOEIC점수가 없으면 다른 학과목성적이 아무리 우수하더라도 졸업하지 못한다. 이런 시험을 운영하는 주체가 국가기관이나 학교 당국도 아니다. 과연 누구를 위한 대학인가? 토익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긴 하였다. 그러나 사설기관에서 운영하는 시험성적을 졸업요건으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런 부가적인 시험성적은 ‘교환학생의 선발’이나 ‘영어권 학교로의 유학’ 등에서 고려를 해주면 충분할 것이다.­­
  영어인정 점수제가 학생들에게 졸업과 취업에 대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대학은 학생들을 통제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을 더 갖게 되어 어쩌면 만족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고등학교에서 이미 영어와 특정 과목에 지나친 비중을 두는 바람에 다른 교과목수업이나 자율시간 활용을 경시당한 것처럼, 대학생들의 지나친 영어공부의 몰입이 전공수업의 소홀과 건강한 자율시간 활용의 기회를 앗아가 버린다. 이런 교육제도로 인해 독서할 여유조차 갖지 못하는 대학생들이 어떻게 훌륭한 인재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대학정책의 변혁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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