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변덕이 심한 사람이다. 그래서 늘 관심사가 바뀌고, 일을 벌여놓고 마무리하지 못한 경우도 종종 있었다. 나는 늘 고민했다. 대체 내가 잘하는 게 있는 걸까?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건 뭘까?

  그런 내가 정말 오랫동안 꾸준히 하는 취미가 있다. 바로 ‘캘리그라피’이다. 어릴 때부터 나는 책과 글을 좋아했고 글씨 쓰는 걸 좋아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글씨에 대한 연구 아닌 연구를 자주 했고 더 마음에 드는 글씨를 위해 늘 연습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캘리그라피를 접하게 됐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캘리그라피는 나의 삶 일부가 됐다.
  나는 캘리그라피를 시작한 후부터 지금까지 정식으로 수업을 받거나 배워본 적은 없다. 그러나 오랜 노력 덕에 캘리그라피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실력은 갖출 수 있었다. 블로그와 SNS를 운영하며 각종 외주나 재능기부 등의 활동을 했고, 덕분에 캘리그라피가 유행하는 지금 다른 사람들에 비해 나름 풍부한 경험과 정보를 갖게 됐다. 그래서 나에게 블로그나 SNS로 캘리그라피에 대해 질문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질문 대부분은 ‘캘리그라피를 시작할 때 어떻게 연습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재료를 쓰느냐’이다. 
  이 질문을 하는 사람 중 일부는 누군가의 캘리그라피가 좋아 보이는 이유가 ‘재료’ 때문이라고 믿는다. 그런 사람들은 보통 자신만의 글씨를 갖추지 못한 채 재료만 믿고 글씨를 쓴다. 그러나 이런 경우 대부분은 본인이 기대하던 바에 미치지 못한다. 캘리그라피는 꾸준한 노력과 자신만의 개성 있는 글씨가 필수기 때문이다. 캘리그라피 도구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그러나 연습 없이는 다룰 수 없는 도구들이 많다. 그래서 원하는 건 10인데 실제로 해보면 5에도 못 미치니 싫증이 나고 결국엔 그만두고 만다. 
  변덕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시작한 이유가 이것이다. 나는 수많은 취미생활에 관심을 듣고 도전해 보았다. 하지만 꾸준히 해서 좋은 결과를 낸 것은 손에 꼽힐 정도이다. 캘리그라피를 남들보다 조금 더 잘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내 적성에 맞다’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진정으로 관심을 두고 계속해서 연습했기 때문이다. 내가 앞서 했던 다른 취미생활도 내가 정말 끈기를 갖고 열심히 했다면 지금쯤 나는 캘리그라피 말고 다른 즐거움을 찾았을지도 모른다.
  캘리그라피를 하며 무엇이든 열심히 하면 못할 것이 없다는 사실을 배웠다. 끈기가 삶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도 배웠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매일 연습을 하고 연구를 한다. 남들이 봤을 때는 ‘글씨 쓰는 게 뭐 그리 어렵겠어’ 할 수도 있다. 실제로 그런 얘기도 많이 들어봤다. 하지만 무엇이든 노력 없이 이뤄낸 것은 없다. 내 열정과 노력이 공부나 ‘스펙’ 관리 대신 캘리그라피에 모두 들어간 것은 어쩌면 조금은 아쉬운 일이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이 취미가 결국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변덕은 어쩌면 하나의 과정일 것이다. 나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았다. 그러나 거기서 끝나면 안 된다. 시작은 변덕이지만 끝은 노력이어야 한다. 그러면 분명 마음 구석에 작은 위로 하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그랬듯이 말이다.
   
 
김가은­­­­(신문방송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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