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시간을 알기 위해 흔히 스마트폰을 보지만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대부분  시계를 보고 시간을 알았다. 세월을 더 많이 거슬러 올라가 시계가 없던 시절에는 낮에는 태양의 방향이나 고도를 보고 시간을 가늠했고 밤에는 별들의 위치로 시간을 가늠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자정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서 시간을 알아야 했고 이를 위해 별자리에 대한 지식이 필요했다. 조선시대에는 별들의 위치를 나타낸 오늘날의 성도와 유사한 중성기란 책자를 만들어 계절에 따라 각 시각에 남중하는 별자리를 알 수 있게 했다. 

  태양이나 별의 위치를 보고 시간을 가늠해야 하는 시대에는 오늘날과 같이 분·초 단위로 시간을 안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따라서 약속 시각도 아침나절이나, 해질 때 등 여유가 있게 잡았고 생활에서 초나 분을 따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젠 세상이 달라졌다. 금융 거래에서는 1초 차이로 환율이나 주가 등이 달라질 수 있어 정확한 시간 측정이 필수적이다. 
  오늘날에는 초(second)뿐만 아니라 이보다 더 짧은 시간 단위도 사용하고 있지만 초를 사용하게 된 것은 그렇게 오래된 일은 아니다. 19세기, 시간 단위에 초를 도입하자는 제안이 있었으나 1초를 정확하게 정의하고 이를 측정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때문에 1955년에야 국제천문연맹이 1900년 기준으로 회귀년의 1/31,556,925.9747을 1초로 정의했고 1960년 국제도량형 회의에서 이를 받아들여 국제적 표준단위로 사용하게 됐다. 여기서 회귀년이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1년에 해당하는 것으로 지구의 관측자에게 태양이 춘분점을 지나 다시 춘분점에 올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그러나 이렇게 정의한 시간도 정밀한 시간 측정에는 부적절해, 1967년 세슘 원자의 고유 진동수를 기준으로 1초를 정의했다. 이때 정의한 원자시계의 1초는 천문학 역서에서 사용하는 1초와 100억분의 1초 범위에서 정확한 값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하루의 길이는 태양이 자오선에 남중한 후 다시 남중할 때까지의 시간으로 정의된다. 문제가 되는 것은 태양이 황도를 따라 움직이는 속도가 일정하지 않아 하루의 길이가 태양의 황도상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다. 이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타원궤도로 움직이고 있어 각속도가 위치에 따라 다르고 이를 반영한 태양의 운동도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루의 길이는 실제 태양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태양의 평균적인 운동을 반영하는 ‘평균 태양’을 기준으로 하고 이렇게 측정한 하루의 길이 ‘평균 태양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정한 평균태양일도 일정하지 않고 계속 증가하고 있어, 시간이 누적되면 원자시계가 평균태양일에 기초한 세계표준시보다 앞서게 된다. 평균태양일이 길어지는 이유는 차등 자전을 하고 있는 지구 내부가 달과 태양의 기조력으로 마찰이 생겨 마치 달려가는 자동차의 브레이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느려지는 정도가 일정하지 않아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지구의 자전이 불규칙하게 느려지는 것은 화산 폭발, 판의 이동, 맨틀 대류 등 지구 내부 물질 분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불규칙하게 변하기 때문이다.  
  원자시계를 기준으로 세계협정시를 도입할 때부터 이런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1972년부터는 윤초를 도입했다. 원자시계로 측정한 시간에 필요할 때마다 1초를 추가해 역서에서 사용하는 세계표준시와 동조시킨 것이다. 윤초를 더하는 시점은 6월 말이나 12월 말로 했으며 윤초 도입 후 지금까지 25번의 윤초가 더해졌다. 올해도 6월 30일 23시 59분 59초 후에 23분 59분 60초를 넣고 7월 1일 00시 00분 00초로 넘어가게 돼 있다.
  윤초는 이제 윤년처럼 익숙해졌지만 유독 올해 윤초 시행에 많은 관심이 쏠리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유닉스 등 윤초가 도입되기 전에 만들어진 컴퓨터 운용 시스템에서는 윤초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큰 불편을 겪게 되자 윤초를 없애거나 다른 시간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상황이다. 올 11월로 예정된 세계전파통신회의에서 어떤 결정이 날지 지켜볼 일이지만 윤초를 없애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잘못하면 먼 훗날의 얘기지만 봄이 8월에 시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홍배 지구과학교육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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