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 개편 따라 상대평가 확대

평가 방식으로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대학생들은 강의의 성적평가 방법이 절대평가인지, 상대평가인지의 여부를 중요하게 생각하곤 한다. 자신의 학점이 달린 문제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절대평가는 주어진 목표의 달성 정도에 따라 학생의 성적을 절대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이다. 이와 달리 상대평가는 학생의 성적을 다른 학생들의 성적과 비교해 집단 내에서의 상대적인 위치로 평가하는 방법이다. 이는 적절한 수준의 학점을 부여한다는 이유로 대학가에서 일반적인 성적평가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학교도 여기서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상대평가가 학생의 학업성취를 평가하기에 적절한 방식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상대평가 늘리고 절대평가 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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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대학들은 그동안 상대평가를 확대하는 길을 걸어왔다. 이러한 상대평가 확대의 배경에는 이른바 ‘학점 인플레이션’이 존재했다. 이는 대학들이 높은 학점을 남발하면서 학생들의 평균 학점이 기형적으로 높아진 현상을 일컫는다. 이상철(교육) 강사는 “절대평가 체제에서 학점을 남발하면서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났다”며 “이는 학점의 신뢰도를 떨어트렸고 상대평가 확대의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학점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교육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대학구조개혁 평가지표에 ‘엄정한 성적 부여를 위한 제도 운영의 적절성’을 포함한 것이다. 이 때문에 상대평가 확대는 더욱 가속화됐다. 홍익대학교와 한국외국어대학교는 올해부터 절대평가로 운영하던 과목들을 상대평가로 전환했다. 한양대학교 역시 올해 상대평가 전환을 추진했다가 학생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성적표에 상대평가 성적과 절대평가 성적을 함께 표기하는 복합평가를 절충안으로 채택했다.

우리학교, 전체 강의 중
75%가 상대평가 시행

   

  우리학교도 상대평가 확대 흐름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상대평가를 적용하는 강의는 우리학교 교육과정 개편에 따라 점차적으로 늘어났다. 먼저 지난 2005년 교육과정 개편에 따라 본래 교양과목에만 적용됐던 상대평가가 전공과목까지 확대됐다. 이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은 거셌고, ‘2005년에 입학하는 신입생부터 단계적 적용’으로 타협이 이뤄졌다. 이후 상대평가는 지난 2013년 다시 확대됐다. 당시 대학본부는 절대평가로 운영되던 수강인원 20명 미만 강의, 실험·실습 강의 등을 준상대평가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예술대학 전공실기 과목들도 준상대평가의 대상이 됐다. 이에 예술대학 학생들이 반발했고, 결국 예술대학 전공실기 과목들은 절대평가가 가능하다는 단서조항이 생겼다.
  이에 따라 현재 우리학교는 상대평가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우리학교의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규정> 제21조는 원칙적으로 상대평가를 시행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이 경우 A학점의 비율은 30%를, B학점의 비율은 70%를 넘을 수 없다. 다만 예외는 존재한다. 수강인원 20명 미만 강의나 실험·실습 강의의 경우 A학점과 B학점의 비율을 각각 50% 이하, 100% 이하로 조정한 ‘준상대평가’를 시행할 수 있다. 또 특별강의나 예술대학 전공실기 과목 등은 상대평가 대상에서 제외돼 절대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학교가 상대평가를 원칙으로 규정하면서, 대다수의 강의가 상대평가로 운영되고 있다. 학사과에 따르면 지난해 2학기를 기준으로 학부에서 상대평가를 시행한 강의는 1,828개, 준상대평가는 1,076개, 절대평가는 956개로 나타났다. 준상대평가를 포함해 상대평가를 시행한 강의가 전체의 약 75%를 차지한 것이다.

­­­­­­평가 수단으로
두 방식 모두 완벽하진 않아

  상대평가를 바라보는 학내구성원들의 시각은 다양하다. 우선 상대평가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있었다. 김수진(통계 11) 씨는 “절대평가는 명확한 평가 기준을 두기 힘들 것 같다”며 “상대평가가 더 정확한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수업 선택이 성적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문제 제기도 존재했다. 조영석(통계) 교수는 “절대평가를 할 경우 학생들이 특정 수업으로 쏠릴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학점에 민감한 학생들이, 절대평가를 통해 성적을 후하게 준다는 수업에 몰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성적평가의 본질적 목표에 비춰 절대평가의 타당성을 인정하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상대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문석(전자공) 교수는 “원칙적으로는 모든 학생이 잘했다면 모두 A학점을 주는 것이 맞다”면서도 “하지만 학점이 남발되지 않으려면 일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대평가를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도 만만치 않았다. 다수의 학생들이 우수한 성취를 거둬도, 누군가는 낮은 학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윤설기(일어일문 15) 씨는 “상대평가는 지나치게 경쟁적이다”며 “모두가 잘해도 무조건 등급을 나눠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수진(사학 10) 씨 역시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는 성적을 평가하는 교수들 역시 인지하고 있었다. 구영석(의류) 교수는 “평가를 하다 보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열심히 했어도 1~2점 차이로 학점이 갈리는 경우가 생긴다”고 전했다. 순위를 매겨 성적을 평가하는 것이 올바른지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의문도 있었다. 김영덕(경제) 교수는 “학생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순위가 아니라 얼마나 지식을 습득했는지의 여부”라며 “절대평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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