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형(Metamorphosis)>
장 아르프(Jean Arp)/1935년작/청동/69x46x40.5cm
 

 

   ‘장 아르프’는 독일계 프랑스 작가로 서정시인이자 화가요, 조각가이다. 표현주의의 생성기에 활동해 전위운동의 최전선에서 개성적 표현을 추구했다. 그는 ‘작품은 자연에서 비롯된다’는 지론과 철학적 사고를 가진 매우 독특한 작가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20대 중반부터 추상 조각을 시작하여 제1차 대전 시기에는 파리에서 아방가르드 미술가들과 교류하면서 ‘다다(Dada)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정통주의 미술에 반기를 든 장본인으로, 관습이나 고정관념을 부정하고 무너뜨리는 데 게을리 하지 않았다. 또한 그는 넌센스 시와 즉흥 드로잉 같은 실험적인 활동을 통해 기존의 예술전통을 전복하고자 시도했던 급진적 작가들 중 주동적 역할을 맡기도 했다. 당시 그는 가장 추상적인 부조(평면에 조각), 콜라주(종이 따위를 찢어 붙이는 기법)등을 실험하였다. 1930년부터는 오토마티즘 기법의 도입으로 유기적 성장을 탐구한 당시 최초의 실험 작가였다. 

  다다이즘(Dadaism)운동은 유럽과 미국등지에서 일어난 반문명·반전통적 예술운동으로 1916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시작하여 독일 중부 유럽으로 퍼져 나갔으며, 1920~1923년 사이 프랑스 파리에서 전성기를 맞게 된다. 다다이스트 멤버들은 누구라도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우연의 요소를 활용했다. 그 예로 자신의 실패한 소묘화 등을 잘라서 바닥에 버리고 난후 그 우연성을 기반으로 한 작품을 제작하기도 하였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것에 매여서는 더 이상 발전을 기할 수 없고, 오히려 퇴보한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따라서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즉 우연하고 무의미한 것을 추구하여 ‘우연의 미학’을 성공으로 이끌어 낸 셈이다. 아르프는 칸딘스키, 피카소 등과 친교하며 초현실주의와 추상주의의 중간인 유기적 추상으로 탄력이 넘치는 인간의 생명력을 감각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는 1920년대부터 파리에서 작품 활동을 하며 관능적 조각의 특성을 살려서 표현함으로써 당시 비평가들로부터 매우 큰 호평을 받았다. 자기 나름의 예술적 영감이 당시의 시대적 정신과 부합하여 이윽고 성공을 이끌게 된 것이다.
  아르프는 초현실주의 정신과 더불어 유머러스할 뿐만 아니라 카리스마 역시 대단했다고 한다. 예술분야 뿐만 아니라 사회·정치적 가치를 무너뜨리는 데 서슴지 않은 매우 독특하고 개성있는 작가로 손꼽히기도 한다. 위의 작품 <변형>에서도 잘 나타나 있듯이 무언가 자연에서 보았던 요소들을 등장시킨다. 이것은 유머와 모호함을 모두 표현하려는 그의 심리적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사물의 수정이나 세부묘사 없이 즉흥적이고 무의식적인 작업 결과 탄생한 이미지는 그의 손에 의해 우연히 만들어진 형태이다. 가령 이러한 작화방식은 우주론적 차원들의 관점에서 ‘태곳적 뭇 생명체들의 유기적 형태는 어떠했겠는가?’에 대한 의문점도 생기게 한다. ­­­1954년 말년에 베니스 비엔날레 대상을 받은 것도 평소 이러한 그의 실험정신과 다양한 예술 활동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장 아르프 미술관’은 과거를 회상하면서 그가 늘 생각해왔던 기성의 모든 도덕적, 사회적 속박으로부터 탈피하고자 했던 20세기 아방가르드 거장의 작품과 일치하는 느낌을 준다. 과연 그가 이 시대 우리에게 주고 있는 교훈의 가치는 무엇일까 다시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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