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영화 <파울볼>

 

   
 

   2014년 11월 25일, 같은 꿈을 가지고 모였던 이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루아침에 감독, 직원과 선수들까지 팀을 잃었다. 당장 다음해에 프로가 될 가능성을 지녔던 선수들은 꿈을 잃었다. 프로라는 오랜 꿈을 위해 달려온 독립 야구 구단 ‘고양 원더스’가 결국 해체된 것이다. 영화 <파울볼>에는 2011년 9월부터 3년간 꿈을 향해 달려온 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유소년 야구선수 약 5,000명, 프로를 꿈꾸는 고교 졸업생 약 700명. 하지만 프로구단 신인선수가 될 수 있는 사람은 그 중 고작 110명. 5,000명이 넘는 유소년 야구 선수 중 프로구단에 들어가지 못하는 선수는 약 98퍼센트에 육박한다. 많은 이들이 꿈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아 나선다. 고양 원더스의 선수들도 다르지 않았다. 프로야구팀에 가보지 못하고 방출된 무명의 선수들은 택시 운전을 하거나 헬스 트레이너를 하는 등 자신의 삶을 위해 다른 길을 걷고 있었다. 지난 2011년 여름, 그 선수들이 ‘야신’이라 불리는 김성근 감독 아래에 모였다. 
  첫 연습부터 김성근 감독은 선수들에게 힘들고 고통스러운 연습을 선사했다. 일반 프로구단이 하는 연습이 아닌 기초 체력과 기본기를 다지는 연습이었다. 그들의 일정은 온종일 훈련의 연속이었다. 점심먹을 시간조차 부족해 선수들끼리 돌아가며 먹어야 했다. 감독 역시 밥을 먹을 때까지도 선수들에게 눈을 떼지 않을 정도였다. 한 번도 주목받지 못했고 프로 선수의 장벽도 넘지 못했던, 흔히 ‘루저’라고 불릴 수 있는 선수들에게 진정한 스승이 생긴 것이다. 선수들이 흘려왔던 노력의 땀은 그들을 배신하지 않았다. 3할 승률로 고전하던 그들은 ‘NC 다이노스’와의 위닝시리즈 후 리그가 마무리될 때쯤 5할을 넘겼다. 이후 그들은 2군 리그의 최강팀이 됐다. 지역의 야구인들도, 그들을 따라온 어린아이들도 어느새 고양 원더스의 열렬한 응원단이 됐다. 
  독립 구단은 프로라는 꿈을 포기하지 못한 선수들을 도와 훈련을 시키고 가르치는 구단이다. 3년의 기간 동안 그들은 많은 선수의 꿈을 이루게 도와줬다. 첫 번째 프로 진출 선수인 이희성 선수를 시작으로 31명의 선수들이 프로 구단으로 진출했다. 그렇게 그들의 꿈은 계속 진행되는 듯 했다. 하지만 2014년 11월, 그들은 해체를 선고받고 말았다.
  좋은 성적을 내왔기에 더 아쉬운 해체 소식이었다. 그러나 어떤 이들도 그 결정을 되돌릴 수 없었다. 복잡하게 얽힌 야구의 정치판에서 꿈만 좇아 달려오던 선수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저 자신들의 마지막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박병우 선수는 뒤늦게야 소식을 접하게 된다. 박병우 선수는 팀이 없어진다는 이야기를 믿지 못하다가 결국 허탈함에 눈물을 흘리고 만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파울볼은 타자가 친 공이 파울라인 바깥으로 떨어지는 것을 뜻한다. 파울볼이 계속 나오면 타자의 타석은 끝나지 않는다. 파울로는 아웃도 안타도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울볼은 크나큰 가능성을 지닌다. 파울볼을 치는 한 타자는 언제든지 안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어쩌면 홈런을 기대할 수도 있다. 고양 원더스의 선수들은 끝없이 파울볼을 만들어냈다. 그들은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언제든 안타를 쳐낼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러나 끝내 그들은 베이스를 밟지 못하고 타석을 내려 와야만 했다.  
  그들은 도전 자체가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끝없이 노력했다. 평범한 노력도 아니었다. 잊었던 기본기를 다시 찾기 위해 남들보다 몇 배는 더 뛰고 땀을 흘렸다. 물론 그들은 해체했다. 이미 그들을 잊은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독립구단, 외인구단이라 불리던 그들의 도전은 잊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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