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연구진이 실시한 ‘금단의 연구’를 두고 학계에서 논쟁이 뜨겁다. 바로 ‘사람 배아를 이용한 유전자 편집 연구’다. 지난달 18일, 저널<Protein & Cell>에 중국 중산대학교 황준쥬 박사와 연구진이 86개의 사람 배아를 사용해서 베타지중해성 빈혈이라는 유전 질환 유발 유전자를 제거하는 실험을 실시했다고 발표해 논쟁에 불을 지폈다.
  사람의 유전자에 손을 댄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일명 ‘맞춤 아기(designer baby)’다. 영화 <가타카>에서부터 <마이 시스터즈 키퍼>와 <아일랜드>에 이르기까지 대중매체 속에서 맞춤 아기의 개념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현실에서의 맞춤 아기 역시 과거의 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지난 2000년 미국에서 한 부부가 판코니 빈혈증이라는 희귀 유전 질환으로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아야 살 수 있다는 판정을 받은 딸을 위해 세계 최초로 맞춤 아기를 낳은 바 있다. 이들은 체외수정을 통해 12개의 배아를 만들고 이를 하나하나 검사해 유전질환이 없고 딸과 유전형질이 일치하는 배아를 골라 아들을 임신·출산했다. 인류 최초의 남자와 같은 이름을 가진 맞춤 아기 ‘아담’은 출생 직후 자신의 탯줄과 태반에 든 조혈모세포를 이식해 누나를 살렸다. 아담의 출생을 둘러싸고 맞춤 아기의 윤리적 논쟁이 활발하게 진행되었으나, 아담은 어디까지나 다양한 배아 중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정받아 선택된 경우일 뿐 유전체가 인위적으로 조작된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당시 논쟁들도 아담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버려졌던 11개의 다른 배아의 생존권 문제가 주를 이뤘고, 특정 배아를 골라서 임신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타당한가를 두고 설전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번 중국 연구진이 발표한 경우는 달랐다. 배아의 유전자 자체에 손을 대, 특정 유전자를 변형시키려는 시도를 했던 것이다. 쉽게 말하면 GMO를 만드는 유전자 조작 기술을 사람 배아에 적용했다는 것이다. 
  학계의 반응은 뜨겁다. 유전 질환의 근본적인 해결법에 한 걸음 다가섰다는 낙관론부터, 시도는 훌륭하나 앞으로의 전개가 우려스럽다는 신중론을 지나, 절대 허용돼서도 적용돼서도 안 되는 인간성의 모독이라는 분노에 찬 금지론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제시되고 있다. 학계의 전반적 반응은 신중론과 금지론 쪽에 무게중심이 쏠리면서 해당 연구진뿐 아니라 이를 허용한 기관들에게 보내는 시선도 그리 곱지만은 않다. 물론 이들도 변명은 있다. 첫째, 이들은 난임 부부의 시험관 아기 시술 중, 1개의 난자에 2개의 정자가 수정돼 만들어진 ‘비정상 배아’를 이용했기에 실제 출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이며, 둘째, 이들이 편집한 유전자는 치명적인 유전 질환 유발 유전자로, 이 기술이 성공할 경우 현재 치료방법이 없는 유전 질환의 근본적 치료에 획기적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번 연구는 사람 배아를 조작했다는 윤리적 충격이 주는 반향에 비해 연구 성과 자체는 매우 초라하다. 실제 이들이 연구한 86개의 배아 중 유전자 편집 이후 살아남은 것은 54개이며, 이중 유전자가 적중한 것은 겨우 4개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유전자가 제대로 들어간 배아 중에서도 원래 편집하고자 했던 유전자 외에 다른 유전자들까지도 변화한 경우가 많아 사실 실험이 성공했다고 보기는 매우 어렵다. 오히려 결과만 놓고 본다면 사람의 유전자를 함부로 조작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경고성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실험이 논란이 되는 것은 바로 ‘사람의 유전체를 조작한다’는 심리적 루비콘강을 건너버렸다는 것 때문이다. 1975년 처음으로 유전자를 조작할 수 있을 가능성이 됐을 때 과학자들은 미국 캘리포니아 아실로마에 모여 유전자 실험에 대한 위험성을 논의하며 신중한 적용에 뜻을 모은 바 있다. 하지만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이제 GMO(유전자 변형 생물체)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으며 스스로의 유전자도 자신의 손으로 바꾸려는 찰나에 목도해 있다. 기술은 이미 등장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법적, 제도적, 사회, 철학, 윤리적 대비는 무엇 하나도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과학의 시대, 기술의 시대인 21세기에 이는 매우 흔한 경우가 돼버렸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질문할 필요는 있다. 기술만의 독주가 정말로 괜찮은 것일까? 

   
이은희 과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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