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엔 돌아오렴>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저/2015/창비

 

<눈먼 자들의 국가> 김애란 외 11인 저/2014/문학동네

  배가 침몰했다. 295명이 죽었고, 9명이 실종됐다. 우리는 사람들이 수장되는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다. 여기, 모든 국민이 지켜보았지만 아무도 손 쓸 수 없었던 그 ‘사건’에 대한 책이 있다. <금요일엔 돌아오렴>과 <눈먼 자들의 국가>는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나 여전히 풍화되지 않는 그 날의 슬픔에 대한 이야기다.

 
기억하는 사람들,
기록하는 사람들
 
  4월 16일 그날, 내가 처음으로 본 부모들은 가슴을 움켜쥔 채 뛰어가는 모습이었다. … 시간이 지나고 살아서 돌아오는 아이들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확인될수록 동네는 점점 더 조용해졌다. 무서운 침묵이 흘렀다.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면 얼음막이 하나씩 내리면서 소리가 점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나중에야 이 침묵도 기록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아이들의 영혼과 다른 희생자 분들의 영혼을 위해 우리 작가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기록하는 것뿐이었다.
-<금요일엔 돌아오렴> 중
  학생들은 3박 4일의 수학여행을 마치고 금요일에 돌아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이라는 부제를 단 <금요일엔 돌아오렴>에는 단원고등학교 학생 13명의 학부모 인터뷰가 담겨있다.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이 그 봄날, 바다에서 아이를 잃은 부모들의 아픔과 사건 전후의 상황 등을 고스란히 기록했다. 2학년 4반 김건우 학생의 어머니 노선자 씨는 아들을 잊는 사람이 많아질 테니 자신이라도 아들을 기억하기 위해 오래오래 살겠다고 말한다. 2학년 6반 신호성 학생의 어머니 정부자 씨는 “나 수학여행 간다고 돈 많이 썼지?”라며 받은 용돈을 돌려주던 아들을 그린다.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은 부모뿐만이 아니다. 2학년 7반 이준우 학생의 동생 태준이는 ‘형은 오늘부터 어디서 자냐’고 묻고, 2학년 3반 신승희 학생의 언니 신승아 씨는 늘 같이 자던 동생이 그리워 잠잘 때마다 동생의 촉감을 떠올린다. 어느 누구도 그날을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우는 봄, 우리가 본 것
 
  이것은,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이다. 이것은 마지막 기회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우리는 눈을 떠야 한다. 우리가 눈을 뜨지 않으면 끝내 눈을 감지 못할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눈먼 자들의 국가> 중
  <눈먼 자들의 국가>에서는 12명의 작가가 각기 다른 눈으로 바라본 세월호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양한 글이 모였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같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이라는 것이다. 진은영 시인은 ‘고통받는 이들을 불쌍하게 여기는 대신 그 고통 앞에서 수치심을 느껴라. 연민이란 참으로 게으르고 뻔뻔한 감정이다’라는 니체의 주장을 곱씹는다. 사람들의 잘못이 밝혀졌고, 수치심으로 얼굴을 붉히며 잘못에 대해 오래 따져 물어야 하는 시간이 됐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전규찬(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는 세월호 참사가 국가의 공백을 증명했다고 말한다. 책임지지 않는 국가는 위험하며,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죽음의 시절이라는 것이다. 이 외에도 김애란, 박민규, 김연수, 홍철기 등 작가들이 ‘눈먼 자들의 국가’의 민낯을 기록했다.
  제목이 말하는 ‘눈먼 자들’은 여럿인 듯하다. 돈과 권력에 눈이 멀어 진실을 덮고 사익만 추구하는 정치인과 그런 정치권을 감시하지 못하는 국민들. 어쩌면 세월호 참사를 사고가 아닌 ‘사건’으로 만든 것은 우리 모두인지도 모른다. 엮은이의 말처럼 이 책은 얇지만 무겁다. 진실과 슬픔의 무게에 독자는 현실을 깨닫고 절망할 수밖에 없다. 
 
잔인한 시대를 기록하다
 
  두 책을 관통하는 전반적인 정서는 슬픔과 분노다. 1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점 하나 없는 현실에 대한 감정들이다. 295명이 죽었고, 9명이 실종됐고, 여전히 세월호는 바닷속에 있다. 두 권의 책은 살 수 있었던 사람들을 죽게 만든 잔인한 시대를 기록했다. <금요일에 돌아오렴>은 당사자의 입장에서, <눈먼 자들의 국가>는 목격자의 입장에서. 잊지 않기 위한 이들의 노력이 담긴 것이다. 보수와 진보, 좌와 우의 문제가 아니다. 봄에 떠난 아이들이 맞이할 수 없는 봄이 다시 왔다. 진실과 마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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