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 故김동혁 군 아버지 김영래 씨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의 침몰 소식에 전 국민이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그러나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점점 우리의 기억에서 세월호는 또 다시 가라앉고 있다. 참사 1주기를 맞아 지난 5일 광화문에서 세월호 희생자 故김동혁 군의 아버지 김영래 씨를 만났다. 

 
 
△세월호 사고 이후 1년이 흘렀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사고 후 두 달 동안은 팽목항에 있었지만 요즘에는 남은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다시 일을 하고 있어요.
  1년쯤 지나니까 주변에서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거다’라는 말을 해요. 그런데 절대 그렇지 않더라고요. 시간이 지날수록 더 그리워요. 자식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눈물도 더 많아졌어요. 거실에서 밥상을 차려놓고 앉으면 동혁이의 영정사진이 보이는데, 미안해서 눈을 마주칠 수 없어요. 동혁이가 가슴에 사무치게 그리워요.  
 
△사고 당시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출근을 하지 않는 날이었어요. 오전 8시 50분쯤 일어나 TV를 켰는데 여객선이 침몰하고 있다고 보도하더라고요. ‘별일 아니겠지’ 하고 넘기려는데 갑자기 자막에 ‘안산 단원고등학교’라고 뜨는 거예요. 바로 동혁이 엄마를 깨워 학교로 달려갔죠. 
  학교에는 벌써 기자와 카메라가 진을 치고 있었어요. 학교 측은 학생을 우선으로 구조하고 있다며 부모들을 안심시켰고 오전 10시쯤에는 학생들이 전원구조 됐다고 했어요. 그런데 진도체육관에 도착해 보니 전체 학생 324명 중 구조된 사람은 75명밖에 되지 않았어요. 생존자 명단에 동혁이는 없었어요.
  사고 둘째 날 어선을 빌려 타고 사고 현장으로 갔어요. 배 꼬리만 보이는 참담한 광경 앞에서도 최대한 침착하려 노력했어요. 그러나 해경들은 도와주려는 어선들을 다 막고 있었고, 산소통 하나에 의지한 잠수부들은 현실적으로 학생들을 구조할 여력이 없었어요. 무력감에 하루종일 펑펑 울었죠. 
  두달 후 새벽, 팽목항에서 전화가 왔어요. ‘동혁이가 나온 것 같다’고. MP3를 가지고 있고, ‘토끼 이빨’을 가진 학생의 부모를 찾더라구요. 검안소에 들어가 보니 우리 동혁이가 맞았어요. 동혁이의 볼을 만졌는데 그냥 차갑기만 할 뿐 평소 자는 모습과 똑같았어요. 근데 일어나지 않는 동혁이가 너무 낯설어서 울음이 나왔어요. 
 
△동혁이는 어떤 아드님이었나요?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는 평범한 아들이었어요. 동혁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학업에 지장이 갈까봐 컴퓨터를 못하게 하고 핸드폰도 정지시켰어요. 사고 한 달 전쯤, 동혁이에게 ‘컴퓨터와 핸드폰을 뺏은 엄마와 아빠가 밉지 않으냐’고 물어봤어요. 처음에는 동혁이도 화나고 속상했대요. 그런데 나중에는 엄마, 아빠 아니었으면 게임에 빠졌을 거라며 오히려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매를 많이 들었던 것이 후회돼요. 잘 되라는 마음으로 훈계한 것이지만 동혁이는 조금도 반항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더 미안해요. 차라리 대들고 그랬으면 덜 미안했을까요. 야근하면서 제대로 돌봐주지도 못했던 아이인데, 미안한 마음밖에 없어요. 다음에 동혁이를 만나면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꼭 전해주고 싶어요. 
 
△사고 후 전국에서 많은 국민들이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사고 이전에는 저도 남의 아픔에 무관심했기 때문에 세월호를 잊지 않고 함께 마음 아파해주시는 분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어떤 때는 오히려 저보다도 열심히 진상 규명 활동에 나서시기도 해요. 그분들이 있어 아직 희망이 있다는 것을 매번 느끼고 있어요. 세월호 사건이 어떤 방향으로 해결이 되든, 제가 그분들께 어떻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할지 고민이에요. 
 
△피해자 가족들은 정부가 내놓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유인가요?
  정부가 지난달 27일에 시행령을 공포했는데, 내용을 보니 어처구니가 없었어요. 해양수산부는 세월호 사건의 피의자예요. 피의자가 특별조사위원회의 책임자를 임명한다니 얼마나 어이없는 상황인가요. 공정하게 조사되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유가족들을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이러한 시행령을 내놓을까요. 
  세월호와 쌍둥이 배인 오하마나호를 해외로 매각시키는 것을 그대로 두는 것도 큰 문제예요. 세월호 사고를 조사하겠다는 정부가 가장 중요한 조사 자료를 내팽겨쳐 두고 있는 거죠. 
 
△피해자 가족에게 지급되는 배상금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동혁이 엄마가 간담회를 다니면서 있었던 일이에요. KTX에서 70대로 보이는 두 분이 세월호 유가족에 대해서 하는 말을 들었대요. ‘그 사람들 8억 2천 받아서 좋겠다’, ‘자식 팔아서 돈 받는 꼴 아니냐’. 동혁이 엄마는 눈물이 났지만 세수 한 번 하고 마음을 다스렸어요.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물었어요. ‘제가 그 세월호 유가족입니다. 배상금으로 받은 그 돈, 당신들 드릴 테니까 내 자식 살려주고 당신들 자식 그 배에 수장시킬 수 있습니까’라고.
  아이들의 억울함이 미처 풀리지도 않았는데 배상금을 논하는 것은 순서에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정부는 배상금으로 가정의 행복을 다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수억을 준대도 자식을 팔 부모는 없어요. 그런데 정부는 왜 부모들을 돈에 환장한 사람으로 몰아가려는지 모르겠어요.
 
△끝으로 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부모님과 잘 지내길 바라요. 부모들은 자식이 전부예요. 일할 때 아무리 힘들어도 번 돈으로 자식들에게 맛있는 것 사주면 행복해요. 부모님 볼 수 있을 때 사랑한다는 말도 많이 하고, 대화도 많이 하세요.
  그리고 세월호의 진실에 대해 국민으로서 조금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미래를 이끌어 갈 사람으로서 세상을 좀 더 진실하게 알았으면 하고요. 그렇게 해서 국민 의식이 좀 더 성장하면 소외된 사람도 점점 줄어들지 않을까요. 모든 국민이 ‘다시 태어나도 이 나라에서 태어나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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